메피스토상 수상 작가라는 믿을 수 있는 타이틀을 가진 작가. 하야사카 야부사카의 '앨리스 더 원더 킬러'입니다. '살인범 대 살인귀'라는 작품에 이어서 두번째로 만나는 작가네요.

 

앨리스 더 원더 킬러

  • 메피스토상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와 가상현실
  • 결과적으로

앨리스 더 원더 킬러

 

메피스토상

옮긴이의 말 처럼 메피스토 상의 성격과 그 특이한 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은 하나같이 특이하다. 특별하고 참신하다. 그렇게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메피스토에서 받는 인상은 단순하다.

 

'재미있으면 그만.'

 

어떤 이야기라도, 정상과 비정상을 넘나들고 초현실과 망상을 뒤섞으며, 도리를 버리고 부조리를 밀어붙여도 결국에는 재미있다면 그만이다. 그 궁극의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모습에 마음을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F가 된다의 모리 히로시

이 작품의 하야사카 야부사카

가위남의 슈노 마사유키

흙 먹는 마이조 오타로

수위와 심의에 도전하는 사토 유야

교토의 괴동 니시오 이신

클락 성의 키타야마 타케쿠니

차가운 학교의 츠지무라 미즈키

이야미스의 명인 마리 유키코

0번째 수상 작가라고 불리는 대장님 교고쿠 나츠히코

 

읽어본 수상작가들의 이름과 작품들만 봐도 얼마나 혼돈의 도가니인지 느낌이 온다. 괴인들만 뽑는 기준이라도 있는 건가. 어쩌면 내가 가장 믿고 볼 수 있는 수상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이 작가만 봐도 그렇다. 내가 일본어를 마스터하지 않는 이상 평생 읽을 수 없을 '카미키 라이치 시리즈'. 이 작품은 무려 원조교제를 하는 고등학생 탐정이 주인공이라고 한다.

 

내용도 트릭도 저속하다고 정평이 난 정신 나간 설정을 들어도 메피스토상 수상 작가라는 한 마디면 납득이 간다. 국내에 정발 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하기에 언젠가, 일본어를 마스터한다면 수상작가들의 작품을 전부 읽어갈 생각이다.

 

검색해보니 앨리스의 원래 설정은 위에서 말한 카미키 라이치였다고 한다─. 이 작품만큼은 주인공이 앨리스라서 다행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가상현실

고전 명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가상현실을 접목시킨 추리소설이다.

아버지와 같은 명탐정을 꿈꾸는 앨리스는 생일을 맞아 가상현실에서 수수께끼를 푸는 선물을 받는 도입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연하게도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본 적이 없다. 동화나 고전은 물론, 특히나 서양 쪽 문학은 좀처럼 읽히지 않아서 손도 대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설정이 많이 차용된 이 작품을 읽는데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이상한 나라를 한 번쯤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 만큼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 재미있기에 추리를 빼고서 봐도 그럭저럭 읽을 만한 이야기로 성립했다.

 

작품의 진행은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만 든 수수께끼를 앨리스가 제한 시간 안에 푸는 5개의 연작 단편인 느낌이다. 각각의 챕터를 나눠서 읽어봐도 단편으로서 완성됐다는 느낌이 들기에 피곤함 없이 천천히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작품의 분위기를 너무 잘 살린 것인지, 추리소설의 추리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수수께끼 풀이 같아서, 특유의 긴장감과 궁금함이 대폭 감소했다. 

 

동화 속 이야기. 거기다 가상현실인 이야기다. 리얼함도 부족하고 단편으로도 완성된 느낌인 만큼 챕터의 분량이 짧은 탓에 깊이감도 덜하다. 물론 내가 추리해서 정답을 맞힌 적은 없지만, 이 통통 튀는 가벼움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단점 장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이 작품을 한 번은 더 읽어야 한다.

 

요즘 힘 빠지는 독서를 해서 그런지 집중을 너무 안 했던 것 같다고 반성한다. 분위기의 가벼움도 있었지만, 이 결말의 놀라운 반전을 접하고서 좀 더 집중해서 읽을걸─하고 깊은 후회를 했다.

 

직감적으로 확신했다. 이 작품의 결말을 읽고서 살짝 얼빠진 느낌이 들었던 건 순전히 내 탓이었다고. 이런 종류의 반전이 그렇듯 작품 전체를 뒤집어 버리는 내용은 작품 전체를 부감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인데 그러지 못했다. 정말 독자로서 실격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역시 추리를 제하고서 남은 이야기들도 읽으며 즐거웠다는 점이다. 원작을 안 읽었지만 원작이 어떨지 알 것 같은 훌륭한 오마주와 패러디들은 확실히 책 속에 다양하게 녹아들어 있다.

 

외적인 부분으로, 이 한 권은 디자인이 무척 이쁘다. 표지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내부의 디자인이 정말 잘돼 있다. 무엇보다 속표지. 이번 건 겉표지보다 속표지가 심플하고 이뻐서 마음에 든다.

 

이제 나올 수 있는 트릭은 전부 나왔다 같은 말은 인류의 진화에 맞춰 범람하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 앞에 무력하다. 이번의 가상현실도 그렇고 앞으로 나올 기상천외한 설정들과 트릭들에 두근두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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