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로 제31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한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입니다. 좀처럼 읽지 않는 청소년 성장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두 번째 읽는 건데도 재미있네요.
- 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개요
- 학교 배경
- 중2 심리와 마무리
- 청소년 성장 소설
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개요
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은 중학교 2학년들의 이야기다.
작지만 전부인 세상에 치이고, 배척당한 고바야시가 소심하고 허세로 자신을 보호하는 도쿠가와에게 자신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해서 그 오더 메이드 살인을 연출하는 두 명 만의 클럽의 이야기다.
학교 배경의 성장소설이라면 어김없이 나오는 키워드가 있다. 학급의 왕따와 학급간의 모두의 집합적 의식으로 작용하는 카스트─계급 제도.
알게모르게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또 납득하는 이 제도로 고바야시는 대부분의 반 학생들의 계급을 나누고 깔보고 속으로 계속해서 무시한다. 그러나 나름의 카스트 상위권에 존재하는 고바야시는 그녀들만의 계층의 리더와 친구 두 사람의 알력 다툼에 이리저리 치이다가 떨어져 나와 왕따를 당하게 된다.
머리가 꽃밭인 엄마와 집안. 학교의 왕따로 인해 갈곳잃은 고바야시는 쥐를 봉지에 담아 짓밟는, 그렇게 깔보고 있던 하위 계층─곤충계 남학생 도쿠가와를 발견하고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단 뉴스에 보도되는 흔해빠진 중학생 자살소동이 아닌, 유일무이한 연출로 오랫동안 회자되게끔 죽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서.
학교 배경
역시나 재미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은 5권쯤 읽었는데, 이 작품은 항상 상위권이다.
누구나가 느껴본 학생시절의 심리와 감상과 갈등을 이렇게 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이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이 아닐까 한다.
배경이 학교인 소설을 읽다보면 항상 놀라우며 세상사 전부 비슷하구나 하며 놀란다.
고바야시 진영의 여자 상위 카스트 중심 세리카와 그녀를 떨떠름하게 생각하지만 붙어있는 사치. 양쪽의 알력 다툼에 껴서 피 말리는 고바야시와 같은 소설의 장면 많이 봐왔고 내 학창 시절에도 비슷한 구도는 많이 보았다.
여자쪽 생태계는 잘 모르지만 묘사되는 상황은 비슷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또 다른 주인공 곤충계의 도쿠가와.
끼리끼리 모여서 대대가 있고 중대가 있고 소대가 있으면 그 안에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이 있기 마련이다. 카스트로 본다면 소대에 편성되어 소대장의 허세를 가만히 듣고만 있는 그저 병사 1인 도쿠가와.
높은 계급은 아니지만 자기들끼리 구석에 모여 나름대로 학교생활을 구가하는 무리. 얘들은 오타쿠 축에 속한다. 이런 무리도 학교를 다니며 항상 보아왔다.
작품을 보거나 사람이 모여있으면 언제나 생각했지만─가까운 나라 일본이라 그럴지도 모르지만─학급의 모습을 보면 어디나 똑같다 싶다. 정확도는 차치하고, 최근 유행했던 성격유형 검사인 mbti와 같이 심리 검사를 하고 분류를 해보면 인간의 종류는 끽해야 12~16 정도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학급을 아무리 나눠 경험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어딜가나 똑같은 유형의 무리가 생기는 사실에 이야기의 진실성을 띤다.
중2 심리와 마무리
나의 지론인데, 사람이 평범하고 무난하게 산다면, 어른이 되어 마지막으로 느끼는 살의는 육아를 할 때 자신의 아기에게 향하고, 아이는 커가며─딱 중2쯤─최초의 살의를 부모에게 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바야시의 심리도 비슷하지 않을까.
무신경하고 멍청한 엄마에 상처 받고 자신을 죽여서 영원한 후회를 맛보게 하겠다는 깜찍한 작전. 죽음을 동경하고 죽음에 이끌리는 심리. 공감을 하든 안 하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과정을 거쳐왔으니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회자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화자가 고바야시 라 잘은 모르겠지만 도쿠가와의 심리는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다.
교실 구석에 분포하여 서식하고 있는 곤충계 오타쿠 소심한 남학생인 도쿠가와가 뭐가 진짜인지 모를 고양이나 쥐를 죽인사실이, 후반에 밝혀지는 내막으로는 쉽게 납득되는 건 아니다. 후술 할 성장소설의 장르적 허용으로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덮어놓고 납득해야만 할까.
뭐 동기를 아무리 떠들어봐야 당사자가 아닌 이상 납득을 하지 못하는 일도 있으니, 이런 부분 때문에 이 작품을 도쿠가와가 화자인 버전을 읽어보고 싶다─가능하면 후일담도.
계속 곤충계라며 고바야시가 함께 행동할 때도 깔보는 심리를 비추어서 인상에 남지 않았지만 도쿠가와는 미술에 재능이 있다. 그 어렵다는 예대를 한 번에 함 격할 만큼. 두 번째 읽고서야 깨달았다.
청소년 성장 소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것에 비해서 나는 성장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고 더 이상 공감 못하는 부분도 많아졌기도 하며, 온갖 중2병의 증상들과 허세, 위악, 초라함, 비대해진 자의식들에 책을 계속 덮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 학창 시절의 모습과 겹쳐져서 자살하고 싶어지는 장면만 그렇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마저 내 공감성 수치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끊어 읽게 만든다. 그리고 성장하는 주인공들이 내뿜는 에너지를 노쇠한 몸으로 받아 내기에는 감당이 안된다.
그것 말고도, 감정과잉과 성장소설의 타이틀을 달면 죄다 똑같은 분위기와 사건 방황 고민의 천편일률적인 작풍들,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오버된 연극을 보는─그런 기분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불쾌함이 찝찝하게 남는다.
그 외로도 어처구니없는 흐름이어도, 작위적이어도, 현실에서 들어볼 수나 있을까 싶은 대사들과, 별것 아닌 사건들. 일반 소설이었다면 온갖 혹평을 받았을 재료들이 '청소년이니까' '청소년 소설이니까' '성장 소설이니까' '등장인물이 미성숙하니까'라는 장르의 방패로 변명을 허용한다는 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작위적인 촌극에─공감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확실히 성장하는 학생 시절에도 성장소설을 싫어했던 것을 생각하면 오랜 생각이었던 것 같다. 무언가에 고민하고 방황할 시간에 추리소설은 한 명을 더 죽이고 연어도 먹는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성장한 뒤의 엔딩은 마음에 들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애매하게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몇 년 뒤 확실한 끝맺음을 맺고, 거기서 관계성이 끝나는 게 아닌, 이어나가는 선택을 하는 장면은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사실 내심 진짜 죽이고 대 사건을 연출하는 장면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이 정도로 만족한다.
여담으로 고바야시는 세리카와 사치랑 흐지부지하게 다시 친해졌는지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고등학교를 들어갔으면서도 뭘 마지막 장까지 붙어다는 건지, 이 작품의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진짜 죽이는 if와 도쿠가와의 시점으로, 그리고 엔딩 이후의 후일담 단편까지 나온다면 외전들 까지 꼭 보고 싶은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
츠지무라 미즈키의 책과 비슷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