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톨/와타야 리사/173p/황매/김수현/

작가 와타야 리사.

교등학교 시절 입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쓴 '인스톨''제38회 일본 문예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고 한다. 그 후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을 쓰면서 이름도 유명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역대 최연소 수상자라는 타이틀 얻어 한국과 일본 양국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고등학생이라는 신분과 아름다운 미모로 논란의 중심에서 또다시 '불쌍하구나?''오에 겐자부로 문학상'을 수상했다.

 

프로필에 적힌 위업만 봐도 엄청나지 않은가? 저번의 '미안해 스이카'에서 말한 학생이 썼고, 좋은 방면의 논란들도 한몫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자전적이라고 까지는 말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까지 읽은 작가의 작품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썼다고 본다.

 

'인스톨'과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자신의 성장을, '꿈을 주다'에서는 젊은시절의 성공과 아름다운 얼굴로 인한 지나친 관심들과 스토커가 따라다니고 몰락해가는 과정에서의 경험담을. 마지막 '불쌍하구나?'는 그냥 일반적인 문학 소설이다.

 

그런 재능 넘치는 작가의 첫 작품 '인스톨'.

작가 와타야 리사.

인스톨.

"나, 매일 남들과 똑같은 이런 생활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 남들과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수업을 받는 매일 말이야."

17살 여고생 '아사코'는 남들과 똑같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겨워한다. 지겹고 지겨워서 끝내 친구의 도움으로 등교거부를 시작하고, 등교를 하는 척 교복을 입고 부모님이 모두 출근을 하면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그런 작은 일탈 중 충동적으로 자신의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쓰레기장에 버리기로 마음먹고 실행한다. 그중에는 할아버지가 손녀와 메일을 주고받고 싶은 마음에 선물한 컴퓨터도 있었지만, 이미 고장 나 버렸고 자신의 힘으로는 고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컴퓨터마저도 쓰레기장에 버린다.

2004년 영화화 되었다.

 

온갖 고생을 하며 버린 쓰레기장에 힘 이다해 콘크리트 바닥에 벌러덩 누워있는 아사코에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카즈요시'가 말을 걸어온다.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하던 끝에 카즈요시에게 고장 난 컴퓨터를 양도한 뒤, 엄마의 심부름으로 찾아가게 된 이웃의 집은 카즈요시의 집이었고 카즈요시는 컴퓨터의 근황을 묻는 아사코에게 자신의 방 벽장에 안치한 컴퓨터로 기묘한 알바를 소개해준다. 

 

여고생의 성장담.

"네게는 인생의 목표가 없어. 그러니까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다른 수백 명이 전부 극복한, 기본적이고도 흔해 빠진 고민을 질질 끌고 있는 거 아냐."

이 책은 짧기도 하고 1년 전에 한번 읽고 이번에 한 번 더 재탕한 것인데, 처음 읽을 때는 그럭저럭 괜찮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두 번 째 읽는건 고역이었다. 진행도 더디고 분명 단편인데도 며칠은 붙잡고 있었다.

 

아무리 재미있었던 것도 두번 째보면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번에는 그게 심했다. 몇 번을 봐도 재미있던 '내 남자'와 비교하기에는 작품의 차이가 크지만 세 번 재 읽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인스톨은 '성장'의 이야기다.

시작부터 나오는 흔하고 흔한 흔해 빠져서 닳고 닳아버린 학교에 갇힌 청춘들의 전유물. 남들과 다름을 꿈꾸고, 획일성에 저항하고, 어딘가 다른 자신을 꿈꾼다.

 

평범한 교복을 입은 군중에 소름 끼쳐하고 규칙에 반기를 들고 룰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여기가 아닌 어딘가 자신이 있을 그럴듯한 새로운 남들과 다른 준비된 무대를 갈망한다.

 

이 고민들까지도 다 거기서 거기이며 누구나가 한 번쯤 지나가는 통과의례인 성장통을 다룬 성장물. 이런 분위기의 성장물은 대부분이 평범하고 얄팍한 드라마에 결말 역시도 비슷하다.

영화 포스터. 밑의 시계속 두사람 이미지는 의미불명;

 

승부를 볼 건 작가의 아름답거나 냉철하거나 담담한 심리를 써 내려가는 필력과, 성장하는 계기나 특수한 장치들이 얼마나 재미있고 신선한가―그것이다. 여기선 그게 초등학생의 존재와 그가 소개해준 인터넷 '음란 채팅 아르바이트'라는 설정 혹은 도구인데, 이 초등학생은 재미있었는데 주인공 아사코의 1인칭이 거슬렸다. 

 

밝고 자유분방한데 의식의 흐름 같은 중구난방인 튀는 독백들은 읽으면서 짜증을 유발한다.

괜히 밝은 '척'을 하고 담담한 '척'을 하고, 유쾌한 '척'을 하는 느낌이라면 전해질까. 나름 다양한 성장담을 읽어봤고, 호불호가 있었지만 독보적으로 짜증 나는 캐릭터였다.

 

자식은 부모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 부모 역시 자식의 거짓말 정도는 가볍게 눈치 챈다.

마지막의 아사코의 일탈을 양가 부모님들이 이미 알고 있고, 그것에 아사코는 무언가 충격을 받으면서, 어딘가 성장해 버리는 흐름인데, 이 부분 역시 납득이 안된다. 왜? 갑자기? 부모가 알고 있었다고, 그것으로 무언가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납득이 될 수 있을까?

 

필력이 나쁘지 않았다. 묘사도 좋았다고 본다. 하지만 두 번 보기엔 뭔가 안 맞는 이야기였다.

절대로 되어볼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게 나와 동떨어진 '여고생'의 감각을 성장담이 담긴 책 하나로 공감하기엔 역부족했다.

 

젊고 재능 있는 작가의 성장담을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한 번만 읽으면 추천한다. 자신이 여고생이거나 여고생이었다면 추천한다.

 

 재미있었는데, 없었습니다.

★★★★★☆☆☆☆☆

와타야 리사 2선 세트
국내도서
저자 : 와타야 리사 / 김수현,정유리역
출판 : 황매 200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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