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앉는 자리/츠지무라 미즈키/434p/문학사상/김선영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

이 작가의 책도 몇 권 읽어봤다.

처음 읽어본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창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한 권에서 너무나도 재미없음에 더 이상 찾아보지 않는 작가가 되었다. 여유 있을 때나 찾아볼 작가다.

여러 가지 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작품도 적지 않은 편인데, 그런 만큼 필력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얼한 감정을 쓰는 것에 능수능란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번에는 뻔했다. 추리라기보다는 감성의 작가다.

표지는 이쁘다.

태양이 앉는 자리 같은.

가만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는 언제나 반이 바뀌고, 학년이 바뀌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바뀌고 변화하고 분리되어도 항상 느끼던 사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교실에 배정된 학생들을 보면 부류가 나눠진다는 것인데, 이건 급을 나누거나 등급을 매기거나 하는 '스쿨 카스트'의 얘기가 아니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외모나 성격을 제외하고 말을 하자면 일단 밝은 성격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매력이 있는 학생이라거나 그의 주위를 맴돌며 인기에 편승하려는 게 보이는 얄팍한 학생. 아니면 그의 진짜 친구. 다시 조용히 앉아 혼자서, 또는 마음에 맞는 친구와 게임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 학생. 자는 게 전부고 그저 잠만 자면 만족하는 학생. 급식을 빨리 먹으려는 학생. 누구와도 적당히 친하게 지내며 밝고 분위기를 잘 읽는 학생. 다른 학생을 잘 챙기는 학생. 티 나는 허세를 부리며 떵떵거리는 학생. 학교에서 죽어있지만 학교 밖 진짜 자신이 맘 편히 있을 곳이 있고 그곳에서는 성격이 정말 돌변하는 학생. 당연하지만 약한 학생을 괴롭히는 학생도 있다.

 

감정적으로는 친해지고 반목하고 질투하고 부러워하고 이유없이 싫어하고 누구의 마음에 들고 싶고 누구를 죽여버리고 싶고. 다양하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사람을 모아놓으면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모인다. 하지만 그것도 의외로 세어보면 적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어느 학년에 올라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봤던 교실의 분위기와 결국 비슷해진다. '저런 느낌의 친구는 1학년 때도 있었지', '저런 성격인 애는 작년에도 있었고', '저런 분위기의 무리는 언제나 있네' 하는. 가지각색의 사람들 같지만 결국 세어보면 거기서 거기. 모아놓으면 언제나 봤던 풍경들이 보이는 것이다. 

 

mbti라는 성격유형검사가 있다. 옛날에는 분류가 좀더 많았던 거 같은데, 얼마나 믿을만한지는 모르지만 지금 현재 인간의 성격유형은 16가지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16 유형. 16 유형이다. 겨우 16 유형이다. 약 76억 명의 인류를 16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성격유형검사를 알게 됐을 때는 역시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느껴봤을 이 기시감을 떠올리고 간단하게 납득할 수 있었다. 무례한 상상이지만 알바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끔 봤을 때 그들의 행동을 보고 '아 쟤는 고등학교 때 그 교실의 그 친구와 같은 역할이겠네' 같은 뭐라고 할까 신이 정해준 위치나 역할이 정해져 있는 듯 미안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망상을 했다.

 

보기에 따라서 좀 허탈해지는 이야기지만, 헛소리지만, 이 책을 처음 읽을때 비슷한 느낌으로 시작했다.

 

그런 법이다.

물론 친구들 중 유명인이 있으면 자랑을 하고 싶기도 하고, 자랑스럽고 자신이 뿌듯하고, 스스로의 스테이터스가 올라가는 얄궂지만 인맥으로서 자신의 부가가치가 올라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는 것을 인간으로서 부정하지 않는다. 일례로, 학창 시절에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무관계라고까지 할 수 있는 그저 동창생이 유명해졌다고 대외적으로 SNS에다가 뻔뻔하게 친한척하는 부끄럼 모르는 천박한 인종들이 있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몰랐는데 영화도 만들었다.

이 책 역시 그런 부분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동창회에 모이기 위한 동창들의 관심사는 모두 일약 스타가 되어버린 '쿄코'에있다. 동창들이 화자가 되어 스스로의 현재 생활과 위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유명해진 여배우 쿄코의 일화까지 껴있다. 그녀를 좋아하는 학생들과 겉으로는 밝지만 질투하는 열등감 강한 학생들. 쿄코에게 붙어 자신의 가치를 올리려는 학생들도.

트릭이나 반전보다 인기인 주위에서 각자가 가지는 감정들을 이야기한다.

 

감정 묘사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뻔하다. 재미는 둘째치고 여러 화자들의 이야기가 뻔하다. 결말과 반전의 이야기도 그렇게 놀라운 것도 아니고 어쩐지 비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뭐 앞에 웃고 있는 친구가 어두운 감정을 품고 있는 경우야 학창 시절 언제나 있지 않았는가.

 

잘린 머리 시체가 발견되면 시체가 바뀐 트릭이 떠오를 만큼 그저 그런 이야기였다.

★★★☆☆☆☆☆☆☆

태양이 앉는 자리
국내도서
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 / 김선영역
출판 : 문학사상 20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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