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책은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던 문호,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입니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작가 마루야마 겐지
- 부모를 버려라
- 반푼짜리 독서
- 반푼짜리 리뷰
- 끝?
작가 마루야마 겐지
나는 마루야마 겐지라는 작가를 알지 못한다.
그저 조금 검색해보면 나오는, 1996년 23살의 나이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으며, 37년 동안 최연소 수상 작가라는 영예를 누렸다─는, 글자 그대로의 문자 그대로의 경력과 함께, 웃는 건지 불편한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의 민머리 중년의 사진을 봤을 뿐이다.
경력과 인상을 보고, 세간의 평가를 조금 살펴보면, 문호이며 문인이라는 단어에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었다. 국내에 번역되어 들어온 작품들도 상당히 많고 에세이와 이 책을 포함한 산문집도 몇 권씩이나 나와있다.
그런데도 이 작가는 어쩐지 마이너 한 느낌이라 딱히 내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순도 100%의 문학만을 위한 문학을 쓸 것 같기에, 알게 된 뒤로도 손 이 가지는 않았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이 책의 제목과 차례를 보게 되었고 이제야 한 권쯤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를 버려라
인연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마루야마 겐지 옹의 작품을─이 산문집을 읽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상술했듯 이 산문집의 차례를 보고 난 후다.
부모를 버리라는 말로 시작하는 정신이 아찔 해질 것 같은 부제들에 눈이 멀어버리고, 도대체 어떤 파격적인 말들을 쏟아줄까 궁금함에 참지 못하고 구매를 해버렸다.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아직 이른 작품이었다.
애초에 에세이나 산문집을 좋아하지도 않고, 딱히 읽어본 기억이 있는지도 모르는 장르를 호기심에 개척해 봤던 것인데, 이심전심의 깊은 공감을 나누기에는 살짝 부족하고, 그렇다고 재미가 있지도 않은 이 책을 좋아하기는 힘들었다.
재미가 있으면 뭐든 두 팔 벌려 환영하겠지만, 산문집이 재미있기는 힘들 것 같고, 문학으로서 뭔가를 얻는 것보다 엔터테인먼트의 재미를 추구하는 게 지금의 나에게는 맞는 것 같다.
반푼짜리 독서
그러므로 고백하건데 나는 이 산문집을 전부 읽었다고 말하기 힘들다. 읽긴 읽었는데, 완독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기분이다.
내용은 드문드문 기억나고, 후반으로 갈수록 그 기억도 희미해져 아직도 내가 이 책을 다 읽은 건가 긴가민가 하는 느낌이라, 감히 읽었다고 표현하기가 민망해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리뷰는 쓴다.
반푼짜리 독서지만 읽으며 느낀 작가와 작품의 인상과 반푼짜리 감상을 쓸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뭘 읽든 완벽히 이해했다고 당당히 말할 자신이 없다고 자부하는 독자이기 때문이다.
반푼짜리 리뷰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일말의 느낌을 받았던건 분명 사람이라면 한 번쯤 떠오를 만한 찰나의 진리들이라는 것이다. 누구나가 한 번쯤은 떠올릴 만한 생각과 인생관들. 그 찰나를 깊게 생각하고 길게 풀어낸 것이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라고 느껴졌다.
난폭한 말들로 독자를 두둘기는 이 책은 정치와 종교, 사회의 반면들을 낙관적이든 비관적이든 한 번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실 이런 모습이다─라고 떠오를 착상들, 알면서 외면했을지도 모르는 사실들을 독자의 눈앞에 들이밀고 각성을 촉구한다.
초반의 부모에대한 내용은 더욱 그렇다. 터부를 건드리며 정말 그렇게 살다 죽어도 괜찮겠냐고 타박하는 모습들. 이 한 권으로 마루야마 옹의 인생이 들여다 보인다.
홀로 완성되어 있는 이 강대한 작가는, 인간은 본래 더욱 멋진 생물이라고, 올바른 모습을 되찾으라고 열심히 외친다. 허상에 기대고, 거대한 무언가의 도구가 되어 의지를 잃고, 진짜 적을 알지 못한 채 흐르는 대로 타인을 위해 인생을 소비당하는 사람들.
그런 나약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말한다. 부모를 버리고, 집을 버리고, 종교를 버리고, 직장을 버리고, 굴레를 버려 홀로, 혼자만의 힘과 의지로 두 다리로 서는 것이 진정한 출발점이며 인간의 시작이라고.
자신의 주인이 되어서 스스로 생각해 멋대로 살고, 스스로 쟁취하고 원초적인 기쁨을 만끽하는 진정한 의미의 삶을 누리라고.
끝?
당연히 작품이 누구에게나 옳바른건 아니다. 어디의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대머리, 너나 엿 먹어라'며, 괴팍한 노인네를 이상주의자라고 욕할지도 모른다.
누구나 그렇듯 인간. 모든면이 일체 할 수 없다. 표가 있고 리가 있으며 자기모순이 있는 것처럼 이 책도 뭔가 앞뒤가 다른 말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 작품대로 삶을 살아가면 과연 어떤 관경이 펼쳐질까 궁금하긴 하다. 얼마나 지독하고 얼마나 충만한 세상일지.
작가의 이상과 사상을 담은 책은 으레 그렇듯 작가 자신의 삶이고, 그 속에서 얻은 무언가를 전파하는 것이니 정답은 없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얻을 건 얻어가고 버릴 건 과감하게 버리는 선택이다.
동네 아이들에게 미움받는 영감같은 인상이지만, 작품들은 기가 막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읽어볼 생각이다. 물론 이 책은 반드시 한 번 더 정독할 것이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대충 살아도 좋다는 류의 책들과는 완전한 상극이니 다양하게 읽어보고 맞는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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