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살인게임/우타노 쇼고/478p/한스미디어/김은모

책소개

추리소설의 기재(奇才) 우타노 쇼고 본격미스터리의 혼을 불사른 작품!

'두광인', '044APD', 'aXe', '잔갸 군', '반도젠 교수'. 이 기묘한 닉네임의 인물 다섯 명이 인터넷상에서 모여 살인 추리게임을 한다. 범인을 맡은 사람이 지혜를 짜내 불가사의한 살인 이야기를 만들어 공개하고, 탐정을 맡은 네 명이 머리를 굴려 수수께끼를 푼다. 해답은 단서에 입각해 논리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어림짐작으로 내놓은 해답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들이 벌이는 게임은 기존의 미스터리 엔터테인먼트와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들은 가상의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살인은 전부 실제로 일어났던 것이다. 그들 자신의 손으로 이미 실행을 끝낸 사건이다.
과연, 리얼 살인게임의 행방은 어찌 될 것인가?-interpark

 

책을 접한 계기.

밀실살인게임 이라는 지독한 제목을 가진 이 책을 읽은 계기는 학생 때의 일이다.

친구가 학교에 가져왔던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한순간에 사로잡혀 수업도 안 듣고 몰래 읽었던 게 기억난다. -역시 책은 제목과 표지로 한눈에 독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그 시절 난 아마 미스터리나 추리를 좋아하지도 읽어보지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수업도 듣지 않으며 의기양양해서 공책에 단서와 알리바이들을 적어가며 트릭들을 맞출 생각이었지만 수업도 안 듣는 어리석은 만큼 당연히 모든 문제-미스터리에 참패했다.

그렇게 패배한 나는 작가 우타노 쇼고의 걸작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부터 밀실살인게임 시리즈, '시체를 사는 남자'등을 독파하고 다른 작가들을 찾아보며 10권 중 8권은 추리소설만을 읽게 됐으니 이 책은 나에게 의미 있는 한 권이다.

 

밀실살인게임 시리즈

미스터리 팬 5명의 악동이 즐기는 리얼 추리게임.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가면을 쓴 화자 '두광인'.

13일의 금요일 하키 마스크를 쓴 'aWe'.

화면에 애완 거북을 비추는 '잔갸군'.

아프로 가발에 골뱅이 안경을 쓰고 마스크를 낀 '반도젠 교수'

흐릿한 화면을 유지하는 '044APD'.

국적 성별 나이 이름 등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완벽한 익명으로 모인 다섯 명은 화상채팅만으로 대화하며 '게임'을 즐긴다.그 '게임'이란. 매번 순서대로 범인을 정해서 범인 역할을 맡은 이가 현실에서 살인을 저지른 뒤 '왜 죽었나' '다음에 죽을 사람은?''범인의 알리바이 깨기' '밀실을 뚫은 방법' 등 범인 역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이 단서를 가지고 추리를 해 정답을 맞히는 리얼 추리게임이다.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어서 죽인 게 아니라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죽였지."

 

이 책을 관통하는 대사다.

등장인물들은 타인의 생명존중 윤리 도덕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얼마나 기발하게 탐정 4명을 뛰어넘는 문제를 출제해 놀라게 하는 것만이 목표다. 

5명의 대화만 보면 그저 지인들의 채팅 로그를 읽는 것 같은 유쾌함마저 들며 그들의 잔혹한 살인 내용과 그걸 갖고 이것저것 추리하며 치열하게 논쟁을 하는 장면들은 독자로 하여금 살인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게 한다.

그리고 범인의 트릭이 깨지고 게임이 끝나면, 뒤풀이 겸 감상전을 하며 각자 화면 너머로 맥주를 마시며 잡담을 한다.

 

"어쩌면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막 죽여서 따끈따끈 합니다. 저 방금 집에 돌아온 참이거든요.

비누로 씻어서 깨끗하다고요."

양 손바닥을 카메라에 들이댔다.

 

밀실살인게임 시리즈의 한국판 표지는 비틀즈 앨범표지를 패러디했다.

진정한 미스터리의 팬이라면, 추리소설을 꽤나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들이 만든 '궁극의 리얼살인게임' 같은 망상을 한 번쯤 해봤을지도 모른다.  상상은 해봤지만 누구도 이루지 못한 로망이라고 할까. 그것을 실행했다.

가슴 아픈 사연도 없고, 눈물 나는 신파도, 격정적인 복수도 아무것도 없다.

그런 복잡한 감정 따위는 없다.

그저 반짝 떠오른 트릭을, 심사숙고해 만든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주기 위해서 한 명이고 열명이고 백 명이고 살인을 할 수 있다. 

살인을 위한 트릭이 아닌, 트릭을 위한 살인.

 

"이 게임은 범인 대 탐정의 지혜 겨루기인 한편, 우리 다섯 명 대 경찰의 진검승부이기도 하거든. 경찰에게 붙잡히면 게임 오버, 리셋은 불가능. 어때? 최고로 스릴 있지 않겠냐?"

 

오히려 이런 심플한 이유가 인기의 비결 아닐까.

이 책이 나올 때는 딱히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었던 거 같고, 무거운 내용의 사회파 소설에 질린 독자들이 가볍게 읽었던 거 같지만 시간이 흐르고 지금에 와서 보니 이 책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사회파 소설처럼 사회문제를 겨냥한 모양새가 되기도 한 것 같다.

살인게임을 끝내고 가면을 벗은, 익명을 벗어난 그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으로 서 살아간다.

광인은 주위에 널려있으며, 그저 본성을 숨기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요즘 시끄럽던 N번방 사건과 일맥이 상통한가?

그리고 이들이 살인게임에 질린다면, 다음에 떠올릴 게임은 무엇일까?

 

"획기적인 트릭을 떠올렸는데 자기 가슴속에만 담아두라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잖아. 다른 누군가가 떠올리고 먼저 실행하면 어떻게 하라고. 이 트릭은 양보할 수 없어."

 

 

진지하고 무거운 내용의 책에 질렸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악동들의 채팅에 참가한 듯 읽으며 즐기세요.

★★★★★★★★★★

 

밀실살인게임
국내도서
저자 : 우타노 쇼고(Shougo Utano) / 김은모역
출판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201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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