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키메

  • 서장
  • 엿보는 저택의 괴이
  • 종말저택의 흉사
  • 종장

노조키메-표지

노조키메는 추리, 호러 작가인 미쓰다 신조의 '논 시리즈'중의 하나다. 저번의 리뷰에서 말했듯 괴담 테이프로 미쓰다 신조를 알게 되고, 팬이 되어 지금까지 절판되지 않은, 구매가 가능한 작품은 사정이 맞을 때 한 권씩 읽어나가 지금은 10권 이상을 넘어 책장의 한 칸을 미쓰다 신조의 작품으로 진열해놨다.

 

역시나 전부가 재미있을 수는 없었지만, 괴담과 호러 오컬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쉽게 찾을 수 없고, 믿고 볼 수 있는 고마운 작가들 중 한 명이다.

 

나야 원래가 도시전설, 가담항설, 도청도설, 괴담 괴이담 호러와 오컬트의 이야기들을 좋아했는데, 의외로 많은 추리와 미스터리의 팬들 역시 호러 오컬트류의 장르를 거부감 없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미스터리와 호러, 괴담이 갖는 분위기가 비슷하기 때문일까. 그 괴담 속의 진상을 추리하기 때문일까. 이 장르들은 품고 있는 분위기가 비슷한듯하다.

 

그런 비슷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장르들을 버무려, 우리 같이 장르에 굶주린 독자에게 단비 같은 작품을 자아내 주는 은혜로운 작가 바로 미쓰다 신조 되시겠다.

 

이 노조키메는 예전에 한번 읽고, 최근에 다시 한 번 읽고 리뷰하는 것이다. 그때와는 감상이 살짝 다르지만 여전히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를 이야기할 때 언급할만한, 미쓰다 신조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서장

미쓰다 신조의 가장 큰 특징을 뽑으라고 한다면 역시 메타픽션의 요소다. 이야기 시작의 화자부터 이름이 작가와 같은 미쓰다 신조이며, 그의 직업 또한 출판사의 일을 하거나 직접 글을 쓰는 작가다. 

 

노조키메도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강한 경고를 주면서 시작한다.

이 책을 읽고서 발생하는 피해. 노조키메의 괴이─'그것'이 엿보러 올지도 모르며, 괴담이, 괴이 담의 괴이가 전염될지도 모른다고. 만약 그런 감각에 사로잡힌다면 일단 책을 덮을 것을 추천한다─라고.

 

동시에 이렇게도 말한다.

괴담과 기담을 원하는 단계에서 이미 그 사람, 독자는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고. 그런 것을 희구하며 귀 기울이고 보고, 읽으면서, 스스로 괴이한 존재를 부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괴담을 이야기하면 괴이한 존재들은 이끌려온다. 서로 끌어모은다. 그 책임은 본인의 몫인 것이다.

 

이렇게 진행되는 서장은 어째서 등장인물의 미쓰다 신조가, 자가인 미쓰다 신조가 노조키메라는 책을 쓰게 된 것인지 서장에서 밝히고 시작한다.

 

우연의 우연. 앞서 말한 괴담을 모으면 괴이가 이끌린다는 말처럼,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솔깃한 괴담을 답습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시간대의 같은 존재─괴이─를 공유한 괴이한 체험담 두 개가 미쓰다 신조 앞으로 모여든다. 

 


서장. 도입부로는 완벽한 역할을 다 해줬다고 본다.

 

괴담이 모이게 되는 흥미로운 전개와 뒤따라올 본편의 기대감을 높여준다. 거기다 괴담 도입부에 걸맞은 오싹한 경고문구까지. 덤으로 작가가 괴담에 갖는 자세를 알 수 있는 시작이다.

 

엿보는 저택의 괴이

80년대 후반 대학교의 지인들과 산골 별장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에 생긴 체험담이다. 일행 4명 중 한 명인 카즈요는 별장 근처에서 모녀 순례자를 만나 이끌려 산속의 이상한 바위가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되돌아온 그녀의 말을 듣고 이상함을 느낀 시게루와 사이코는 일행을 데리고 카즈요가 말한 길을 따라 산속 바위를 찾으러 출발한다.

 

하지만 카즈요의 기억은 애매했고, 카즈요의 말대로 산도 타지 않은 그녀가 처음 보는 모녀를 따라서 험준한 산길 짐승 길을 가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겨우 도착한 그 바위까지의 거리는 카즈요의 체력이 버틸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바위에서 쉬던 일행은 그 너머에 마을을 발견하고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가까이 다가간 마을은 수십 년 전에 쇠락한 폐촌이었고, 커다란 저택을 살펴보던 중 마을의 온 집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도망치듯 마을을 빠져나온다.

 

그 체험 이후 점점 이상한 행동을 하는 카즈요와 유타로를 먼저 알바를 그만두게 하고 집으로 보냈지만 귀가 도중 유타로는 기괴한 모습으로 죽어버리고, 카즈요는 방에 틀어박혀 모든 '틈'을 박스테이프로 막아버린다. 나아가 자신의 눈과 귀마저 칭칭 감아, 그야말로 홀린 사람의 모습이 되어 버린다.


아래의 종말저택의 흉사보다 괴담으로서는 더욱 재미있다. 

이야기의 전개부터 마지막의 알 수 없음, 의미불명, 끝나지 않는 찝찝한 결말까지 괴담의 그것이다. 명확한 해석도, 해답도 없이 무언가에게 쫓기는 이야기. 아마 성격적으로 엿보는 저택의 괴이가 이야기의 재미를 담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종말저택의 흉사

30년대 중반 아이자와 소이치와 사야오토시 소이치는 대학에서 민속학에 관심이 있어 서로 친해진다. 어느 날 사야오토시가 왜 민속학의 괴이한 풍습에 관심을 가진 건지 궁금한 아이자와는 이유를 물어본다.

 

시간이 지난 후 망설이다가 입을 연 사야오토시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자신이 자라온 마을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가문의 죄와 그로 인한 저주들─.

 

그런 대화가 끝나고 서로 다른 지역조사로 인해서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리고 사야오토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이자와는 사야오토시의 조문을 하기 위해─그날 그의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며─그의 마을로 출발한다.


엿보는 저택의 괴이보다 지루했다.

분량이 많기도 하고, 두 이야기의 성격이 다르기도 해서인데, '엿보는'은 괴담의 색이 강하다면, 종말저택은 괴담이라기보다는 그냥 해답 편이 없는 미스터리의 색이 강했다.

 

의문에 의문을 쌓는. 작품에서 말한 그대로, 괴이한 체험담 그 자체다. 추리도 없으며 해답도 없다.

 

거기다 가장 큰 문제는 지형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추리소설 첫 페이지에서 등장인물 소개가 꽉 차 있거나, 건물 내부도와 지형도가 있다면 경기를 일으키며 진절머리 치는 나지만, 이 작품에서 지형도만큼은 필요했다고 느낀다.

 

주인공은 온 마을을 걷고 오르고 달리며 돌아다닌다. 하지만 상상력이 결여된 나는 어디가 어딘지 도통 알 수 가없어 답답하다. '여기는 무슨 고개고, 어떤 언덕이며, 그곳을 오르고 올라보면 다른 고개가 보인다─.'정도의 계속되는 지형과 풍경 묘사에 어질어질하다.

 

물론 으스스함은 엿보는 보다 깊었지만, 위에서 말한 단점들 때문에 재미와 집중도는 떨어진다. 

종장

종장은 해답 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추리의 완벽한 해답이 아닌, 추측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답이지만, 다른 답이 떠오르지 않는 독자에게는 당연히 해답이라고 생각해도 될듯하다.

 

역시 이야기의 백미는 노조키메가 대체 무엇인가인데, 종장에서 내놓은 해답은 종말저택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건의 해답 이만 마지막, 사건의 바로 전까지 있던 저주와 미래의 대학생이 겪은 진짜 체험담을 생각해보면 괴이한 존재는 계속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미쓰다 신조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 '노조키메'.

표지도 이쁘고 내용도 괴담과 미스터리를 잘 버무려낸 수작이다. 괴담을 좋아하고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노조키메를 다 읽고 방 안에서 조용히 틈을 응시하고 있을 때, 조금 오싹한 느낌이 든다면, 이 작품의 역할은 충분히 한 것이다.

영화-노조키메-포스터

그리고 실사에 도착적인 집착을 가진 일본인만큼 이 작품 역시 실사 영화화가 됐는데, 미쓰다 신조의 사생팬 정도가 아니라면 안보는 것을 추천한다. 터무니없는 연기력과 CG로 인해서 시각과 청각이 괴롭다. 

 

★★★★★★★☆☆☆

미쓰다 신조의 다른 작품. 비슷한 작품

괴담의 테이프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보기왕이 온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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