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는 얼마 전 이 시리즈의 신작이 나와서 한 번 더 유명해진 아오야기 아이토의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입니다.

  •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 엄지동자의 부재 증명 (스포 있음)
  • 꽃 피우는 망자가 남긴 말 (스포 있음)
  • 도서 갚은 두루미 (스포 있음)
  • 밀실 용궁성 (스포 있음)
  • 먼바다의 도깨비섬 (스포 있음)
  • 총평

책-표지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작가 아오야기 아이토는 국내에 추리 라이트노벨 작가로 먼저 알려졌다. 제목은 '하마무라 나기사의 계산 노트'로 수학이 주된 소재인 거 같은데, 외전 말고는 아직 품절되지 않은 거 같으니 관심 있으면 구매해보자.

 

각설하고서, 이 작품을 알게 된 계기는 단순하게 다음에 읽을 가벼운 소설을 찾는 도중에 이 작품의 후속작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라는 제목의 작품이 새로 들어왔다는 광고를 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동서양의 동화들을 가지고 미스터리를 설정하는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 같은데, 이 사실만 보면 고바야시 야스미의 서양 동화를 소재로 만든 '죽이기 시리즈' 혹은 '메르헨 시리즈'가 떠오른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옛날 옛적'의 이야기를 할 때 종종 언급되는 것을 보니 역시 어느 정도 공통점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솔직히 표지는 이쁘지만 동화가 키워드인 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고바야시 야스미의 작품이 같이 언급되는 만큼 적당히 도전해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구매했다.

 

엄지동자의 부재 증명

알리바이 트릭

동화를 비트는 내용. 당연히 '선인은 악했고, 악인은 사실 선했다.'류의 전형이었다. 동화를 차용한 만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클리셰 비틀기의 충격은 적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피해자나 탐정 역은 등장부터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전후의 사정을 전부 읽고 나면 핍진성이 납득된다. 

 

꽃 피우는 망자가 남긴 말

다잉 메세지

서사는 알겠는데, 할머니의 악의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후반의 지로가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마지막은 읽으면서 김 빠지는 느낌이었다. 좀 더 다른 묘사 방법이 있었을 거 같은데, 가장 아쉬운 부분. 다잉 메시지도, 혼란만을 주고 의미불명인 느낌이다.

도서 갚은 두루미

도서추리 (도치 서술─범인을 먼저 알려주고 진행되는 이야기)

아마도 이 작품에서 가장 평가가 높은 단편일 것이다. 

다른 건 전부 나사 빠진 듯 읽었지만 이 단편은 읽는 내내 계속해서 위화감만 생겼다. 장이 넘어갈수록 앞뒤의 전개가 아귀가 안 맞고 따로 논다는 인상이었다. 진상을 눈치챈 건 아니지만, 마지막 장을 읽고서야 찝찝한 기분이 불식됐다.

 

하지만 그 때문인가 받은 충격은 다소 적었다.

내가 위화감을 강하게 느낄 정도로 구성이 매끄럽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반감된 충격과 묘하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들. 가장 큰 예로, 간타가 '원래는 나쁜 놈은 아니다.' 정도로 촌장을 두둔한 부분이 있지만, 그 정도의 악덕을 행하던 촌장이 간타의 아이를 위해 물고기 조각상을 보관하고 있던 사실이 쉽게 납득가지 않는다.

 

다른 하나로, 이런 내용은 필연적으로 독자를 속이기 위해, 트릭을 위한 공통점을 감춰 두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촌장의 이름과 주인공의 이름이 같은 '야헤에'라는 것인데, 조금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트릭을 위한 조작. 트릭만을 위한 설정. 작가의 편의를 위한 설계.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내 오독으로 인한 오해일지도 모르지만.

 

밀실 용궁성

밀실 살인

잊고 있던 동화적 도구를 이용한 신선한 트릭. 전개는 재미없었지만 마지막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아니─범인도, 트릭도, 범행 동기보다도 중간에 한번 나오고 잊어버린 정체불명의 미친 남자의 등장과, 그 남자가 누구였는지, 그 부분이 가장 놀라웠다. 

 

한 작품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건망증의 프로인 나는 그 등장인물이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아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잊고 있을 자신이 있다.

 

트릭 설계의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은 작가의 의도대로 인상이 옅게 등장하여, 조용히 감춰 버린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순간에 등장하여 언제나 깜짝 놀라게 된다. 

 

설계가 놀라운 건지, 내 기억력이 놀라운 건지 모르겠지만. 

먼바다의 도깨비섬

후더닛, 클로즈드 서클

가장 악랄한 마지막 단편. 나는 이 단편에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나열된 장을 보고 뇌를 비워두고 읽었다. 대부분 쉬지 않고 죽어나간다고 하지만, 오니로, 오니타, 오니마쓰, 오니시게, 오니자, 오니기쿠, 오니오니오니오니오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소설에서 오니들마다 피부색이 다르면 어쨌다고 이름을 저따위로 지어놨을까.

안 그래도 등장인물이 많으면 이름 기억이 가장 힘든데, 이건 도가 지나치다. 피부색 어쩌고도 결국 트릭 중 하나에 필요한 것이지만, 작가의 트릭을 위해 독자에게 짐을 떠넘기는 짓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개도 정신이 나갔고, 어수선하며, 트릭과 진상도 어처구니없다.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억지로 끼어넣은 모난작품.

 

차라리 아카오니 아오오니─빨간오니, 파란오니─같이, 색깔+오니를 이름으로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이건 또 너무 단순한 감이 있지만, 뭘 했어도 저것보다는 낫다.

총평

우선 이야기의 기둥이 되는 동화들의 원전은 모르고 읽어도 큰 문제는 없다. 시작하는 장마다 짧은 설명이 나와있으며, 일본의 동화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동화와 비슷한 내용도 많으며, 어디서 들어봤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각 단편마다 추리의 장르. 즉 알리바이 트릭, 다잉 메세지, 도서 추리, 밀실 살인, 후더닛&클로즈드 서클을 배치한 건 추리소설의 팬에게 소소한 재미를 준다. 나아가 추리소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입문용으로는 딱이라고 생각된다. 

 

평가가 무난한 만큼 각 단편의 퀄리티도 나쁘지 않고, 추리소설의 강한 묘미를 느낄 수 있을만한 높은 포텐셜을 가진 '도서 갚은 두루미'가 있으니, 입문자가 추리에 빠져들만한 구성은 두루 잘 갖춰져 있다.

 

★★★★☆☆☆☆☆☆

장난감 수리공 / 고바야시 야스미

앨리스 더 원더 킬러 / 하야사카 야부사카

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 우타노 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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