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미쓰다 신조/504p/비채/권영주

 작가 미쓰다 신조라 하면.

원래 공포문학을 담담하는 편집자였다고 한다. 다른 작가의 추천으로 써본 글로 등단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는데, 그의 작풍은 기본적으로 호러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장르가 주류를 이룬다.

편집자로 활동했던 경력으로 '작가 시리즈'에서는 주인공이 작가의 이름과 같은 '미쓰다 신조'로 일종의 메타픽션적인 이야기들도 도입되어있다.

 

그리고 이번 리뷰가 포함된 '~것'으로 제목이 끝나는 '도조 겐야'가 주인공인 '도조 겐야 시리즈'.

타인의 죽음인 '사상'을 볼 수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사상학 탐정 시리즈'.

집을 배경으로 하는 '집 시리즈'.

그 외에 최근 국내에 소개된 '검은 얼굴의 여우'의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개별적인 내용의 '논 시리즈'등의 수많은 작품과 시리즈들이 있다.

 

아쉬운 점인 것이.

역시 활자로써는 공포를 느끼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책 속의 주인공이 어둠 속에서 미지의 무언가와 마주하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묘사해도, 주인공이 아무리 떨고 땀을 흘리고 다리가 굳었다는 묘사를 해도, 익숙해진 독자는 그저 별개의 세상 이야기로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되는 공포 묘사가 질릴 때도 있어 그 부분을 스킵하고 싶을 때도 있다.

어지간한 공감능력과 상상력을 겸비한 축복받은 독자가 아닌 이상, 묘사로서의 와 닿는 공포는 아무래도 바라기 어렵다.

이 부분은 작가 자신도 고민하고 해결하기 힘든 사항일 것이다.

 

그리고 표지들이 다 이쁘다.

 

속 표지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공포, 호러, 크리쳐. 미스터리나 토속신앙, 미신, 괴담 괴이담, 온갖 도시전설, 가담항설, 도청도설과 이매망량들의 이야기. 이른바 오컬트 적인 내용을 좋아하고 눈에 보이면 찾아 읽는 편인 나로서는 미쓰다 신조라는 이 작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항상 말하듯 장르가 취향이어도 좋아하는 작가라도 그 작가의 모든 책이 재미있을 수 없다.

'백사당, 사관장' 시리즈는 지루했고,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겹쳐서 집중이 안됐다. '작자미상' 시리즈는 편마다 재미가 들쭉날쭉. 집 시리즈인 '흉가', '화가', '마가' 세편은 처음 읽을 때는 즐거웠지만 레퍼토리가 비슷하다 느껴지니 흥미가 떨어졌다.

 

논 시리즈의 '괴담의 집' '노조키메' 괴담 테이프' '일곱 명의 술래잡기'들은 괴담의 집 빼고는 흥미진진했으며, '산마처럼 비웃는 것',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두 권은 염매와 다르게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재미와 재미없음을, 흥망을 반복하는 사이에 정말 역대급이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을 한 권이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다.

 

우선으로 책 자체를 너무 재미있게 봤고 같은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최대한 스토리나 복선 같은 내용은 피하기 위해 노력하며 쓸 것이다.

미쓰다 신조의 책이 대부분 그렇듯 전근대적인 폐쇄적인 마을의 권력가 지주들 사이에서 그 마을만의 토속신앙을 중심으로 살인사건이 시작된다.

그 안에 뿌리 깊은 남존여비 사상을 시작으로, 각종 미신과 소문, 주술과 유언비어 등 오컬트라면 단연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아우르고, 마을의 가장 중요한 행사가 진행되면서 '잘린 머리'의 시체가 등장한다.

애초에 잘린 머리의 시체라니 미스터리의 독자라면 누구나 황홀해할 만한 단어가 아닌가? 

 

초 중반에는 공포소설 적인 면모가 부각되고, 중 후반에서는 모든 의문들과 단서가 모여 추리소설의 형식을 띄는데, 역시 이 추리 부분이 이 책의 진정한 백미라고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독자가 눈치를 챘던 복선들과, 눈치조차 못 챘던 수십 가지의 복선과 의문들. 그 수많은 모순들이 탐정의 등장과 함께 차례차례 힘을 잃고 쓰러져가는 지고의 카타르시스. 

탐정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상은 계속해서 뒤집혀 형태를 바꾼다.

탐정소설에서 추구할 수 있는 최대의 쾌감을 나는 이 책에서 맛봤다고 확신한다. 최 후반부의 해결 편은 읽는 내내 전신이 짜릿했고 머리가 쭈뼛쭈뼛 섰던 게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압도당했다.

 

꼭 시리즈를 다 읽을 필요는 없으니 부디 이 책만이라도 읽기를 바란다.

다른 시리즈들도 빨리 정발 해줬으면 좋겠다. 순서대로 좀.

★★★★★★★★★★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테이프' 리뷰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국내도서
저자 : 미쓰다 신조 / 권영주역
출판 : 도서출판비채 201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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