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술사 2에 이어지는 연작소설 기억술사 3권입니다. 기억술사 1편과는 다르게 스토리가 이어져 있으니 함께 읽어 주세요.

기억술사 총평.

기억술사 3

  • 2와 이어지는 스토리
  • 현재와 과거
  • 이야기의 단점
  • 진실된 고백 (스포)
  • 마지막

기억술사3

 

2와 이어지는 스토리

2권을 다 읽기 전까지 3과 이어지는 연작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쩐지 2권의 끝이 1권보다 애매하게 끝난 것 같았는데 3권을 펴보니 이어지는 게 아닌가. 

 

천성이 길고 두꺼운 책은 안맞는지라 2권 3권 연작이라 집중하지 못할까 불안했지만 연작인지 모르고 있던 탓도 잇고 1권에서 2권, 2권에서 3권, 점점 분량이 줄어드는지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현재와 과거

3권도 마찬가지로 이노세와 나쓰키의 기억술사 찾기. 현재의 이야기와 기억이 지워진 사람의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3권까지 읽은 전체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과거의 이야기는 감정의 이입은 재쳐두더라도 재미로서는 뛰어났다.

 

2권 3권은 더더욱 등장인물의 과거에 느낀 감정들이 오버하게 표출되어 너무 과한거 아닌가? 저 정도로 그만한 고민을 한다? 같은 의문은 계속해서 들었지만, 그래도 이야기의 재미는 느낄 수 있었다.

 

그럼 현재의 진행은 어떤가.

현재의 이야기는 1편의 짜증나는 주인공들에 비해서 냉철하고 이성적인 이노세와 그와는 상반되지만 뚝심 있는 나쓰키의 캐릭터성에 힘입어 1편보다는 읽는데 부담이 없었다.

 

다만 역시나 1편부터 그렇듯 기억이 지워진 인물들의 과거 스토리에 비해서 재미는 떨어진다.

 

작가가 어떤 파트에 중점을 뒀는지는 모르지만─그래봐야 전체가 한 권을 이루는 것이지만─느끼기엔 주객전도가 됐다고 할까. 밸런스가 오묘하다.

이야기의 단점

1권과 가장 다른점은 기억을 지우는 행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니라 명백한 악인의 기억을 송두리째 지우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개연성에 의문이 들었다.

 

여학생들에게 몹쓸짓을 한 빵집 청년. 아무리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어도, 묘사되기로는 피해자가 한 두 명이 아닌데 아무도 피해신고를 하지 않은 점이다. 물론 그런 일이 현실에서도 있다고 하지만, 판타지적인 설정이 중점인 이야기라고 해도,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 개연성을 너무 포기했다.

 

그리고 나쓰키와 메이코의 이야기속의 이야기에서나 나올법한 끈끈한 우정.

이것 역시 나쓰키의 기억술사 찾기 참전을 위한 과도한 설정이라고 느낀다. 처음부터 후반까지 진하게 퍼져있는 확고한 믿음과 단지 '속인다'와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배신이고 떠나갈 것이라는 알 수 없는 강박관념들. 여러 매체에 등장하는 일본식 시리어스 한 우정관들.

 

읽을수록 이들이 왜이렇게 까지 집착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작가는 감정선에 무리수를 많이 두는 것 같다.

진실된 고백 (스포)

가장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다.

작가의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하는 반면이다.

 

1권의 기억술사인 마키의 재등장.

마키를 잊고있었는데 1권의 그 마키였다. 메이코가 기억술사가 아니란 것을 확인─증거도 없고 그저 말만으로 거짓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한 나쓰키는 이노세와 행동을 같이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친척인 마키를 찾아가서 다하지 못한 그동안의 이야기를 2차적으로 털어놓는데, 거기서 뜬금없이 정말 뜬금없이 분위기의 흐름으로 마키가 진실을 말해준다.

 

반전이랍시고 뜬금없이 폭탄을 투하하는 것도 어이없었지만,

사실은 나쓰키가 기억술사였으며, 맨처음 기억을 잃었던 건 기억술사를 찾는 이노세의 존재를 알고 두려워서 마키에게 자신이 기억술사인 사실과 그것에 대한 기억을 지워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키는 1권의 자신의 행적을 이야기하며 슬퍼하는데 여기서 기억술사의 당위성은 전부 사라졌다.

 

마키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기억을 끊임없이 지웠었다고 고백하며 그것을 후회한다고 눈물을 흘리고 나쓰키는 위로를 해준다. 그 저 서로 상처를 핥아주기만 하는 역겨운 위선자들처럼 비치지 않는가? 독자는─나는 대체 어디서 동조를 하고 이입을 해야 하는 건가.

 

후회와 눈물 한방울로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했다.

 

거기다 나쓰키는 다른 얘기는 다했으면서 마키에게 '지인이 기억술사를 만나서 자신의 존재를 잊었다'라는 이노세의 입장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정황상 이노세의 지인의 기억을 지운건 마키인 듯한데, 간접적이지만 명백한 피해자가 방금까지 곁에 있었는데도 가해자가 눈물을 훔치며 서로 위로를 하는 역겨운 위선 그 자체인 장면들.

 

그것도 모르고 이노세는 어딘가에서 기억술사를 필사적으로 좇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기억술사는 익숙해지지 않으면 기억을 얼마나 지울지 조절하기 힘들다고까지 하니 그냥 괴담 속 괴물과 다를 바가 없는 존재다.

 

이노세의 그동안의 주장이 옳았다는 반증을 기억술사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마지막으로 나쓰코는 메이코에게 자신이 기억술사인것을 밝힐 각오를 하며 이야기는 끝이 나는데, 안 써도 알겠지만 분명 마키와 나쓰코 때와 같이 서로 부둥켜안고 알 수 없는 끈끈한 우정의 힘으로 받아들이고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노세의 경고 따윈 잊힌 분위기다.

 

마지막

결과적으로 1권과 2~3권을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로 만들었어야 했다. 쓸데없는 마키의 등장으로 그 전까지의 이노세와 나쓰키가 유지해주는 긴장감을 전부 잘라먹었다. 

 

친척이니까, 유전이 되니까─라는 이유로 기억술사의 능력이 발현하는 것보다 연결점 없는 스토리에서 새로운 기억술사를 매권 등장시키는 게 이렇게 이야기의 완성도를 낮추는 것보다 나았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랬지만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너무 임팩트 없이 퇴장 당한다. 과거 스토리의 인물들은 그렇다 쳐도 후반에 나쓰키와 결별한 이노세가 이야기 속에서 사라지다니.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온 등장인물의 처사가 참담하다.

 

이 책이 찬사를 받는 이유인 노스텔지어와 애달픔 같은 어느 한 부분의 깊은 감정선이 어떤지 확실히 느껴지지만 이야기의 구성에서 전부 말아먹었다.

 

★★★☆☆☆☆☆☆☆

'기억술사 1권 기억을 지우는 사람' 리뷰

'기억술사 2권 처음이자 마지막'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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