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란~. 오랜만에 사랑하는 출판사 '소와다리'에서 사랑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책이 새로 출판됐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쓰가루' 혹은 츠가루. 들어가 봅시다.

 

쓰가루

  • 출판사 소와다리는 대단해
  • 작가의 고향 소개
  • 본편은 어떠한가
  • 재미란
  • 끝으로

쓰가루

 

출판사 소와다리는 대단해

이 출판사의 책이 나오면 항상 하는 소리지만, 이번에도 하고 싶다.

소와다리 출판사에서 엮는 소설은 항상 만족스럽다. 책이 재미없을 수는 있어도 책을 구매하는 요소들이 불만족스러울 때는 없었다.

 

책의 크기, 종이의 재질, 폰트, 여백, 같이 딸려오는 구성품들, 무엇보다 책의 겉과 속의 디자인.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더욱 깊게 흡수할 수 있게 만드는 온갖 사진과 자료들의 스파이스 까지. 거기다가 이번 같은 '여행기'가 테마인 작품에서 그것의 진가는 더욱 발휘된다.

 

속표지의 컬러풀한 지도와 다자이가 순례했던 명소들─거기다 현재의 사진이 아닌 당시의 사진들이다!─, 이야기 속 이니셜로만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사진, 다자이가 그린 풍경화. 마지막으로 다자이의 지인들이 말하는 다자이의 특징들 까지.

 

마지막에 쏟아지는 자료들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죽어 없어진 동경하는 한 사람을 잠깐이나마 가깝게, 눈앞에서 마주 한듯한 놀라운 체험을 한 기분이다. 이렇게 말할 만큼 다자이는 나에게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조금 더 가까운 사람이 됐다.

 

작가의 고향 소개

작품 쓰가루는 '신풍토기총서'라고 하는 작가가 나고 자란 고향을 소개하는 시리즈에서 시작된 다자이 오사무가 집필한 것이다. 이 시리즈의 많은 작품들 중 다자이의 쓰가루만이 현재까지 문학 작품으로서 읽히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다른 작가들은 전형적인 기행문이었다고 하며, 다자이는 여행 중에 일어난 에피소드를 실제 사건과 가공의 이야기, 허와 실을 잘 버무려 만든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서편에서 다자이는 고향의 지리 연혁 지질 교육 같은 전문적인 문제에 대해서 전문가 같은 말을 삼갈 것이라고 못 박아 두었다. 아무리 고향이라고 하지만 그런 전문적인 영역을 설명하기에 '하룻밤 벼락치기 공부에 부끄럽고 얄팍한, 금방 벗겨질 도금'이라고 말이다.

 

과연 다자이 오사무. 잔머리가 정말 좋다.

 

아무리 작가라지만 고향의 역사와 천문 지리를 설명하는데 전문가가 만든 그 지역의 팸플릿보다 더 알기 쉽겠는가. 어설픈 지식을 피로하고 작가의 허세로 포장하여 주먹구구식 고향의 아름다움을 설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과연, 수많은 '신픙토기총서'시리즈 중 다자이의 쓰가루만이 현재까지 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에 납득이 간다.

쓰가루 사진

 

그리고 서편의 짧은 글 만으로도 다자이의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본편은 어떠한가

허와 실이 섞인 이야기.

허와 실중 분명 재미없는 부분이 있다.

이 작품의 판매 사이트에서 편집자의 당부로 '중간쯤 쓰가루의 역사에 대한 부분(남의 나라 역사라 지루함)만 잘 넘어간다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책이 될 것입니다.'라고 주의 아닌 주의를 주는 부분이 있다.

 

그 말 그대로였다.

이야기의 사이사이에 기행문의 형식은 취해야 하기에 '다자이의 수박 겉핥기식'의 그 마을의 연표나 역사적 사건들을 한 번씩 설명하는데, 이 부분 부분들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지명과 인명, 연호, 지위 계급 등등을 쭉 써 내려간 글을 읽으면, 바로 앞에서의 술꾼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들뜬 마음이 급속도로 식어간다.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가는 온도차. 만약에 즐거움만을 추구한다면, 먼저 읽은 독자인 내가 감히 말한다. 중간중간 흥을 깨듯 튀어나오는 기행 문식 역사적 설명은 전부~~~ 읽지 않고 넘어가도 작품을 즐기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는 이 부분 때문에 이 책을 며칠 동안 잡고 있었다. 

진작에 설명 부분을 넘겼어야 하는데, 쓸데없는 고집 때문에 집중력과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재미란

이 작품에 다자이라는 작가의 특징이 가득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다자이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나지만 다자이의 모든 작품을 탐하듯 전부 읽지는 않았다. 물론 언젠가는 전부 읽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할 것이지만. 무턱대고 한 작가의 작품만 몰아서 읽기에는 내 집중력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대략적인 느낌으로, 서점에 갔을 때 표지가 이뻐서 봤는데 다자이 책이면 구매하고, 다른 책을 검색하다가 다자이의 책에 눈이 가면 그때도 한 번씩 사고, 그리고 소와 다리가 출판해 준다면 무조건 질러버린다. 그렇게 잊혀 갈 때쯤 한 번씩 읽는 다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다자이의 특징이 이 책에는 가득 담겨 있다.

유쾌한 술꾼의 이야기와 찰나의 장면에서 신들의 연회를 떠올리는 낭만적인 시선. 그것을 우아한 글로 승화시키는 표현력까지. 이 작가는 유쾌함과 아련함, 애틋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짧은 기억력인 나로서 다케가 어느 작품에 나왔었는지는 떠올리지 못했지만─설마 인간실격에 등장했었는데 떠올리지 못한 것이라면, 이건 좀 부끄럽다─, 이야기의 극 후반. 마지막의 에피소드로 넣은 백미.

 

다케라는 인물과의 관계성부터 감사와 그리움과 애정. 과거의 아련함과 애틋함들이 절절하게 쏟아지는 글자들. 짧은 내용이지만 무수한 감정들과 즐거움이 책 밖으로 흘러넘친다.

 

다케의 에피소드를 다 읽은 뒤 남은 나쁘지 않은 응어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유쾌한 이야기로는 무엇이 있을까.

다자이의 이번 여행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술과의 여행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향에 사는 옛 친구들을 만나고 그 집들을 전전하면서 마치 술 동냥이라도 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술을 마신다. 

 

안주마저도 고향의 특산물들을 살린 것이 많아 읽으면서 군침이 돈다.

그런 식으로 이니셜로만 나온 친구들과 지인들도 전부 무례하지 않으며 귀엽고 즐겁게 술에서 술로 끝난다.─다자이의 작품에서 다자이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이 많은데 정말 불쾌하다─반대로 다자이가 술기운에 좋은 사람들에게 무례를 끼칠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읽었다.

 

살짝 무례할 뻔했지만 잘 넘긴 부분이 있다.

이 장면이 다자이의 성격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금방 우쭐해져서 큰소리를 치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줄어들어 마음속으로는 눈치를 보며 조마조마 덜덜 떨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입에서는 쉬지 않고 큰소리를 내뱉는데 막을 방법이 없다.' 같은 일화가 작품들 속에서 종종 나타났던 거 같다. 

쓰가루 첨부 사진

 

어쩐지 다들 사랑스러운 술꾼들이지만 역시 가장 재미있던 사건이라고 하면 '도미 토막 사건'이다.

충동적으로 산 것 같은 60cm짜리 도미를 숙소의 종업원에게 '상태 그대로'요리를 부탁했는데 토막이 나서 식탁에 올라온 사건이다. 

 

'도미 한 마리를 원형 그대로 구워서 그걸 그대로 접시에 올려놓고 감상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이 다자이의 목표였던 모양이다.─이런 기묘한 행동과 욕구들이 작가가 되기 위한 자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아무튼 토막 나서 식탁에 오른 도미를 보고 독자에게 한탄하는 다자이의 독백은 이 작품의 명장면이 아닐까.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그러냐'

'대가리랑 꼬리는 어디 간 거야, 커다랗고 멋진 대가리였는데, 버렸나?'

 

이 독백이야 말로 다자이의 꾸밈없는 날 것 그대로의 대사 아닐까 상상해 봤다. 다자이의 다른 작품에서 보지 못한, 처음 보는 말투의 대사였다. 그래서 더욱 다자이의 아쉬움이 느껴져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이 사건의 전말은 책의 마지막 자료들에서 알 수 있다.

 

끝으로

단점과 장점이 명확한 작품이다.

거기다 단점인 부분을 완전히 무시하고 읽어도 되는 작품이기에 다음에 읽을 때는 더욱 만족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다자이가 사소설을 많이 쓴 탓인지, 내가 다자이의 사소설만 찾아 읽은 것인지, 읽으면 읽을수록 다자이가 가깝게 느껴진다. 그 느낌은 이 책에서 더욱 강해져 버렸다.

 

책 뒤편에 있는 '소와다리 다자이 오사무 컬렉션'에 소개된 작품 중, 아직 제6편 '허구의 방황'과 제8편 '판도라의 상자'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무척 기대하고 있기에 빨리 나오길 바란다.

 

놀란 장면 중 하나로. 

인간실격에 등장하는 '넙치'가 이 작품에도 등장한다. 지금 남은 기억으로는 인간실격 속 넙치와 다자이의 관계는 파탄 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두 작품에서의 인물상도 다르게 느껴진다. 인간실격의 넙치는 싫었는데.

 

다자이의 고향 역사 부분을 빼고 읽으면

★★★★★★★★★★

 

전부 읽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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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이십 엔, 놓고 꺼져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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