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리뷰할 책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모리카와 토모키의 신작 '그 칼로는 죽일 수 없어'입니다. 

스포주의

 

그 칼로는 죽일 수 없어

  • 작가 모리카와 토모키
  • 장르와 장단점
  • 최후
  • 마무리

그 칼로는 죽일 수 없어

 

작가 모리카와 토모키

이번 작품의 작가인 모리카와 토모키는 처음 보는 작가다.

항상 그렇듯 모르는 작가라면 우선 구매한 책은 읽고, 다 읽은 뒤 작가의 전작품들을 검색해보는데, 예전부터 내 구매예정 목록에 있던 '파우스트 박스' 출판사의 '캣푸드'의 작가라는 것을 아까 알게 됐다.

 

그래서 난 캣푸드라는 작품을 구매할 생각이 사라졌다.

 

장르와 장단점

우선 장점은 부담 없는 300쪽의 분량과 여유로운 글자의 크기들. 읽기가 편하며 문장이 길지 않아서 간결하다 정도다.

 

그 외에 전부 단점이다.

아니 장점이 단점이기도 하다.

 

읽기가 편하고 문장이 간결하지만, 어쩐지 대사와 대사끼리, 주인공의 독백과 묘사들이 뚝뚝 끊기는 것 같다. 분명 집중해서 읽었는데 앞 문장과 뒷문장의 연결점이 어색하고, 상황과는 엇나간듯한 인물의 심리묘사와 알 수 없는 작은 행동들. 읽다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라이트 문예 같은 어중간한 장르소설들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선호하는 편인데, 이 작품 역시 '아마존 베스트셀러'라는 이제와서는 분에 넘치는 영광을 등에 업고서 내 기대를 한없이 올려놨다.

 

특이한 칼로 생물을 죽이면 다시 되살아난다는 설정도 장르소설이 판치는 요즘에 와서는 식상하게 느껴지지만 이건 취향 차이니 넘어간다고 쳐도,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작위적이며 이해의 범주를 넘어섰다.

 

주인공과 형사의 사상문제는 후술 하고, 기본적인 내용의 흐름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행동들 말이다.

 

분량이 적은 이나키도의 주인공에 대해한 알 수 없는 신뢰도와 믿음도 읽고 있으면 물음표를 남긴다. 리나의 자학적 인말로 주위의 위로를 받기 좋아하는 설정 역시 그렇다. 꼭 필요한가?라는 물음표만을 남긴다.─이게 라이트 노벨이었다면 장르의 허용으로 알아서 뇌 속 필터로 걸러 이해했겠지만, 이 작품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라이트노벨이 아니다.

 

작가는 그동안 라이트노벨을 써왔다. 그것이 버릇이 됐거나 장르의 혼동, 아니면 라이트 문예를 노리거나. 아무튼 캐릭터들의 대사와 묘사 행동들에 라이트노벨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주인공만 봐도 그렇다.

그럴듯한 심오한 철학적 대사를 써 갈기고, 자신만의 어설픈 예술론을 가지고 자신을 못 알아봐 주는 관객과 타인들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소설가 혹은 영화감독 같은 한심한 크리에이터의 캐릭터성은 여러 작품에서 다루어졌다.

 

그런데도 이 주인공은 유독 짜증 난다. 독백이 거슬린다. 혼잣말로 술술 얘기하면서 속으로 폭소를 하고 자화자찬한다. 읽는 독자─나로 하여금 짜증을 유발한다. 그저 나와 작가의 상성이 안 맞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문제로 논리도 뭣도 없는 코소네의 억지 수사와 고집은 준법정신을 모토로 삶을 사는 나로서는 읽으면서 짜증만 났다. 그저 감정만을 내세워서 형사라는 본분을 잊고, 하지만 특권은 어느 정도 행사하며 불법침입과 강압수사 온갖 범죄를 저지른다.

 

뒷면에 적힌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라고 하는 캐치프레이즈 하나로 코소네의 도를 넘는 막무가내식 수사와 언동들은 독자가 납득하기 힘들다.─아들이 부활했더라도 딱히 이해가지 않는다.

 

법의 심판은 오히려 주인공보다 코소네에게 어울리다고 생각할 만큼 멍청하고 무논리다. 그냥 범죄자다. 마지막에 죽어서 속이 시원해졌다. 이 책의 유일한 통쾌함이다.

 

최후

마지막으로 갈수록 작가의 한계가 눈에 띄는데, 그 장면이 최후반의 주인공이 코소네를 꿰기 위해 찾아가는 숲에서 연속적인 목격자와의 조우. 그리고 칼로 모두 죽이는 장면.─잊고 있었는데 주인공도 계속해서 멍청하다.

 

이 장면은 왜 필요한 건지 아직도 이해를 못했다. 주인공의 심해지고 무감각해지는 포악성을 나타내기 위해서인가. 정말 아무래도 좋은 장면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용한 트릭.

칼의 특성을 이용하여 고정해둔 돌을 떨어뜨려 코소네를 죽인 트릭.

 

고작 이 정도 수준의 트릭이 전부란 말인가.─옆집 머리긴 여자의 존재도 작위적인, 작가 편의적 전개였다.

 

한숨이 나왔다.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눈여겨봤는데 역시나였다. 그러면서 독백으로 '벽돌이 빗나가서 죽지 않아도 상관없다. 다치는 정도로 끝나서 수사에서 빠지는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독백하는데 이건 그야말로 작가의 변명이다.

 

트릭이 떠오르지 않아 이런 어설프고 안일하고 실망스러운 트릭을 차용한 것에 독자의 원성을 살까 봐 미리 보험용으로 심어둔 대사에 불과하다. 작가로서 스스로 저런 트릭과 변명 같은 대사를 쓴 것에 부끄럽지 않을까.

 

미뤄뒀던 주인공과 코소네와의 사상─의견 충돌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주인공 쪽에 표를 주고 싶다. 

주인공은 궤변이든 뭐든 어떠한 논리를 제시한 반면 코소네는 그저 선이다 악이다 감정론과 윤리며 도덕 같은 주관적인 잣대만 떠벌릴 뿐이다. 범법의 유무 역시 중간에 다른 형사가 말했듯 범죄로 인정할만한 조건 역시 충족되어있지 않다고 하고.

 

애초에 없던 일이 된다. 죽은 사람마저 자다 깬 기분으로 기억도 못한다. 고통도 없다.

 

그리고 여기서 이 책의 찾기 힘들던 장점이 나온다.

이런 구도의 책은 보통 뭐가됐든 주인공이 인과응보 받으며, 코소네가 반전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머쥔다. 그런 결말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가장 큰 반전은 코소네의 죽음이다. 

 

논리가 없어도 감정만이 앞서도 주인공의 행위에 반감을 가진 많은 독자들이 따를만한 대의는 있었기에 보통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죽어버렸다.─비록 하잘것없는 트릭이었지만─초중 후반까지 쓰레기 같던 스토리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역시나 작가마저도 주인공에게 인과응보를 주기 위해 몇 없는 장점을 없애버렸다.

 

바로 리사의 손에 의해 주인공이 죽임─복수를 당하는 것이다. 분명 리사는 주인공에게 한번 죽었지만, 설정에 의하면 기억도 애매해지고 고통도 없다. 그런데 그 칼의 비밀을 알자마자 피해자와 똑같은 고통을─없는데─주겠다며 그야말로 고통스럽게 주인공을 죽인다.

 

그 실행력과 복수심 원한 피해자들의 울분 등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기억 혼탁과 무통증이 아니었다 해도 그전까지 고통과 살해당한 기억 감각 인식마저 없었는데 비밀을 알자마자 죽인다?, 다른 피해자의 고통까지 각인시켜주면서?

 

작가는 어설픈 주제의식으로 인해 스스로가 작품을 망친 것이다. 아까 코소네의 죽음의 장점은 리사의 반전을─그것도 단점이 될 뿐인─위한 연장선에 지나지 않았다. 장점을 단점으로 치환했다. 

 

마무리

대체 주인공은 중요한 칼을 왜 그렇게 어설프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전개를 위해 작가는 모든 캐릭터를 멍청하게 만들었다.

 

코소네의 죽음으로 주인공이 승리해 끝났다면 요즘 보기 드문 의외성 있는 결말의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졸작으로 잊힐 것이다.

 

재미없는 책 쓰려니까 두서가 없다. 대체 아마존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된건지 궁금하다.

 

★☆☆☆☆☆☆☆☆☆

리뷰를 쓰면 쓸수록 쓰레기 같아 보인다.

처음에는 4점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 1점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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