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한 권의 책이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가'로 기네스북에 오른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리뷰 갑니다.

급한 분은 '본문에 관하여' 항목으로.

연금술사

  • 이런 류의 책은
  • 인연이 있는 책
  • 본문에 관하여
  • 끝으로

연금술사

 

이런 류의 책은

일단 지금에 와서는 이런 종류의 책을 찾아보지 않는다.

꿈과 감동. 자아 찾기.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며 오늘을 살아나갈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의지를 불어넣어 주는 가슴 따뜻한 그런 책─솔직히 보기가 싫다.

 

보기 싫고,

거부감이 든다.

 

내 심사가 고약한 것 일지도 모르지만,

무척이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의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며 주고자 하는 의미 역시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고난끝에 주인공이 목표를 잃고 절망하여 자살하는 파격적이고 파탄적인 엔딩 같은 게 아닌 이상 굳이 읽어서 즐길게 없다.

 

그래도 좋아하려거든─싫어하려거든, 이런 장르를 한 번은 읽어 봐야 판단을 할 수 있는 법. 그래서 이 한 권을 읽어보고 판단해서 도출한 결과가 상술한 내용이다. 후술 할 내용이다.

 

 '─이런 종류의 책은 찾아보지 않는다. 천편일률적이고 거기서 거기다.'

 

그렇다면─.

그렇다고 한다면─.

그 천편일류의 첫 번째 권. '거기서 거기'인 최초의 한 권. '이런 책은 전부 비슷비슷해'의 예가 되고, 비교대상의 근원이 되는 한 작품. 그 한 가지 작품으로 나는 '연금술사'를 뽑을 것이다.

 

'연금술사' 단 하나만을 읽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앞으로 비슷하고 질려버리고 천편일률적인 책을 읽을 필요가 없고, 귀찮게 골라가면서 피할 일도 없다. 

 

인연이 있는 책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있다.

중학생 시절 학교에서 매일 1교시 전에 책을 읽는 시간을 갖자는 교장의 칙명이 내려왔다. 물론 모든 학생이 집중해서 책을 읽지도 않았고, 멍 때 리거나 졸거나 담임에게 혼나가며 부족한 잠을 채우기도 했다.

 

책에는 관심도 없었을 나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서점에서 볼만한 책을 찾아 구매하고 그 독서시간에 읽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재미있었다. 그리고 탄력을 받아 수업이 시작돼도 책을 덮지 않고 계속 읽어 나갔다.

 

거기서 기적을 체험했다.

중학교 1교시 수업시간이 아마 45분쯤으로 기억하는데, '연금술사'를 읽은 그 수업은 체감시간 10분으로 종료가 된 것이다. 연금술사를 읽다가 종 치는 소리를 듣고 시계를 확인하고 소름이 돋았다. 

 

내 빈곤한 표현력으로는 이런 식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 시절 그 순간의 기분은 내 한심한 일생에 유일한 신비였다. 거기다 연금술사 한 권은 내 인생에서 처음 소설책을 정독한 기념비 적인 작품이다.

 

그렇게 연금술사를 시작으로 다양하고 많은 책들을 계속해서 읽어왔다. 하지만 그 경험은 아무리 재미있는 책을 읽어도 다시 한번 맛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때 통감한 꿰뚫린 감각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닌가─생각하기도 한다.

 

이 책이 내가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되는 것이다.

 

장황하게 부끄러운 추억담을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그 일이, 전 후의 사정이 사실인지, 아니면 내 무미건조한 인생에 스파이시를 더하기 위해 뿌려진, 저열한 망상을 계속해서 떠올리다 보니 사실이라고 착각하는 것인지 확신이 안 선다. 

 

과연 연금술사를 읽기 전 초등학교 시절에 책을 읽었나 안 읽었나, 묘하게 정확한 체감시간 10분.(엄청 빨리 흐른걸 편하게 10분이라고 표현해왔을지도 모르겠다.) 진실에 과장을 섞은 것인지, 거짓을 계속해서 상상하다 보니 사실로 인식하게 되어 버린 것인지. 

 

나 자신도 신용하지 못하니, 망상이든 아니든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퍽퍽한 일생에 이런 드라마틱한 이벤트 하나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그러했구나 하고 내 안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본문에 관하여

나는 앵간한 책을 읽고 느끼는 건 재미있었다, 재미없었다 단 두 가지뿐이다. 

 

책을 읽고 고찰을 하거나 되뇌며 분석하고 무언가 깨닫기를 잘하지 못한다. 어쩌면 표현력이 없어서, 상상력이 빈약해서, 사회성이 결여되어 말이라는 형태로 자아내지 못하고 무의식 속에서 자기만의 해답으로 스스로 납득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납득했는데 알지 못한다─이게 의미가 있는 절차일까. 무의식적으로 끌린다는게 이런걸까.

파울로 코엘료 사인

 

그렇게 해서 재미있음과 없음.

그러므로 재미있던 작품은 주기적으로 다시 읽어보는 걸지도 모른다. 분명한 호불호는 있으니─자신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떠올리는 희망적인 관측일지도 모르지만.

 

'연금술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뭘까 생각해봤다.

 

궁극의 자기만족. 

 

스스로가 원하는 일을, 실천하고 도전해서 이루어 내는 일.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자신의 순례를 바탕으로 도출해낸 삶의 방식을─올바르다고 생각하는─전파하는 것이다.

─복음 하는 것이다.

 

연금술사는 언듯 보면 명언집이라고 해도 될 만큼 계속해서 명대사들을 쏟아내는데, 이 대사들이 무척 직관적이다.

 

이런 책에 있을법한 은유들은 없고, 주인공의 의문들은 전부 스스로 납득할만한 해답을 깨달으며 독백으로서 알려준다. 거기에 '자아의 신화' '무언의 언어' '은혜의 섭리'등 있을법한 개념들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 납을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처럼 '신비'하게 느껴지게 끔 이야기를 구축해 나갔다.

 

그렇다고 주인공의 삶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꿈을 꿈인 채로 꿈을 양식 삼아 살아가는 크리스털 가게 주인 역시 자신의 삶을 행복한 삶으로 '납득'하기 때문이다. 

 

그는 꿈이 이루어진 뒤 꿈을 이루기 위해 냈던 폭발적인 힘의 빈자리. 달성 감과 성취감 뒤에 가려진 꿈의 상실과 탈력감을 두려워하고 있다.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면 목표는 사라진다.

 

꿈을 이루지 않고 그것을 위한 원동력을 계속해서 발 할 수 있다면 무척 효율이 좋지 않은가.

 

이룬 꿈을 뒤로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또 다시 자아의 신화에 도전한다. 

실패와 성공의 경험은 분명 다음 도전의 밑거름이 된다고 하지만, 그 도전에 끝이 없으면 삶은 그저 고행일뿐이다. 어느 순간 스스로 납득하고 멈춰 서서 자기만족의 결말을 짓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축적된 경험은 도움이 되지만 발목을 잡는 허식이기도 하다. 무모한 도전은 용기 있지만 만용으로도 불린다. 도전하는 자신에게 도취되어 판단을 그를지도 모른다.

 

꿈에 대한 도전을 일찌감치 저버린 팝콘 장수, 꿈을 꿈인 채로 양식으로서 살아가는 크리스털 주인, 꿈에 도전하여 이루어가는 주인공.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

 

나 자신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 아니면 소속하지조차 못했는지, 비굴할 정도로 잘 알지만, 안주하고 있다.─그래서 아무리 공감한 이야기를 읽어도 딱히 실천이 없는 것일까─애매한 행복보다 적당한 불행에 발 담그고 있는 게 편하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아무리 감동을 주고 의미를 주고 공감을 주고 올바른 해답을 주더라도 이야기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한계다. 현실이 아닌 것이다.

 

끝으로

이야기 자체는 동화 같기도 하고 중간중간 꿈을 해몽하는 정도는 우습게 느껴질 만큼 허무맹랑한 판타지를 이룩하기도 하는데 이런 요소와 대사들이 읽고 있는 독자의 영혼을 울린다면 나 같은 신봉자가 되는 것이다.

 

오래도록 칭송받는 걸작들은 독자들이 살면서 한 번쯤 느껴보았을 기분과 느낌들. 금방 잊어버릴 찰나에 지나가는 감정을 포착해 말로서, 글로서 표현을 한다. 그리고 그때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작품 역시 그렇다.

 

지금 당장의 인생을 바른길로 인도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교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몇 개월 몇 년 다양한 단위로 주기적으로 다시 찾아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손에 꼽는 것이 '연금술사'인데, 뭐가 되었든 읽을 때마다 깊게 빠져드니 기분 좋은 작품이다.

 

★★★★★★★★★★

 

함께 보면 좋은 작품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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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 디자인으로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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