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리뷰에 이어서 대문호 아야츠지 유키토의 살인귀 시리즈, 살인귀 1─각성 편에 이어서 살인귀 2─역습 편 리뷰입니다.
살인귀 2 ─ 역습 편
- 전작에 이어서 (스포 있음)
- 중대한 문제 (스포 있음)
- 끝으로
전작에 이어서
전작에 이어서 표지는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동공의 크기 때문인지 표지를 넘어 책 속 살인귀의 잔혹성을 마주한 주인공의 무력감과 그에 맞서는 각오가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더해지는 잔혹함.
각성 편에 비해서 역습 편은 미스터리를 줄이고 잔혹함을 높였다. 이전 리뷰에서 단점으로 꼽은 슬래셔 무비 특유의 살인귀에게 쫓기는 긴박함과 공포 같은 일차원적인 요소를 글로서 느끼기는 힘들고 그저 결국 잡히고 끔찍하게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이기에 한 발짝 떨어져 무성영화를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역습 편은 그런 특징들을 버리고 빠른 살인으로 속도감을 높였다.
살인의 무대를 산이라고 하는 거대한 배경이 아닌 병원과 가정주택으로 설정하고 피해자들도 알아서 모여들기 때문에 개인의 사이드 스토리는 적고 살인귀의 원맨 살인 쇼─단어 선택이 맞나 모르겠다─가 펼쳐진다.
그것에 더해서 살인의 방법마저 다채로워졌다.
그저 쫓다가 팔과 다리를 자르고 머리를 자르고 하는 게 아니다. 물론 전편에서도 위장에 손을 넣거나 두 손으로 두개골을 박살 냈긴 했지만, 상정 가능한 행위였다면─이번의 살인은 좀 더 진화했다.
시작부터 세 살 배기 여자아이를 박살 내 죽여버리는 폭력에는 전율했다.
역시 사회적 약자를 가감 없이, 과감하게 죽여버리는 효과는 대단하다.
하지만 다시 경비가 내장을 쏟고 죽는 것을 보고 또 이런 방법인가 탄식했지만, 풍선을 터트리듯 간소사를 폭사시켜버리는 장면에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염산에 이어서 소화기, 그리고 깔때기를 사용한 폭발. 이것만으로 작품의 재미는 각성 편을 넘어섰다.
무릇 슬래셔 무비는, 살인귀의 살인은, 고어 매체의 잔인함은 획기적이어야 하며, 어떻게, 어떤 식으로, 어떤 장치로 인체를 기괴하게 파괴해 나가는가가 중요하다. 이래야만 한다.
그만큼 상황과 고통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필력을 가진 아야츠지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중대한 문제
물론 단점은 존재한다.
살인귀의 존재가 비현실적이고, 현실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품위 없는 짓이라는 건 알지만, 살인귀의 존재를 빼놓더라도 전편부터 계속해서 나오는 텔레파시와 사람의 내면에 들어가고, 사악한 파동이니 뭐니 하는 건 읽는데 방해가 됐다. 그에 반에 주인공의 눈을 통해 살인귀의 학살 장면이 비추는 건 필요한 장치라고 납득하는 제멋대로인 독자지만─.
그리고 반복해서 나오는 독백.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이 죽인다는 말이 책 한 권에 몇 번이나 반복돼서 나온 지 세보지는 않았지만 끝에 가까워질수록 반복됨에 피곤함을 느꼈다. 살인귀의 파괴 충동은 충분히 알았으니 적당히 좀 했으면 싶었다.
덤으로 주인공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아버지의 응원은 참, 유명한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이 쓰러졌을 때 일어나라며 응원하는 김좌진 장군 씬의 한 장면 같았다.
위의 문제는 사소한 문제다. 중대한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읽는 도중. 의아한 대사가 있어서 혹시 무슨 복선인가 싶어 기억하고 있었는데, 책을 다 읽고 알아보니 복선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바로 검열이다.
원문의 내용이 삭제─혹은 완전히 바뀐 부분이 있다고 한다.
내가 의아했던 부분은 초반 살해당한 일가족의 생존자인 아내가 병원에서 깨어나고, 또다시 살인귀를 마주했을 때 정신이 나가 버린 뒤 독백으로 '살인귀가 자신에게 딸의 시체를 먹게 했다'─비슷한 언급이 있는데, 내 기억에서는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복선이 아닌 검열이었다.
물론 초반의 남편을 죽이고, 세 살 딸을 박살 내 죽이고 그 시체를 아내에게 먹이게 했다는 묘사는 만족할 만큼의 충격을 주지만 과하다면 과할 수 있다.
그렇다면 19세 딱지를 달고 출판하면 되는 것 아닌가. 굳이 검열을 하고, 했어도 잔인한 이 책을 검열하면서 까지 빨간딱지 없이 출판한 것에는 의문이 생긴다.
더군다나 아야츠지가 말했던 호러 사냥과 사회 풍조에 대한 반발심으로 썼다는 이 작품의 의미를, 작가의 의도를 퇴색시키는 짓이 아닌가─불쾌함이 남는다.
끝으로
이러나저러나 만족스럽게 읽은 시리즈다.
물론 단점이야 있지만, 출판사의 판단 미스도 있지만 그것을 덮을 만큼의 재미─잔혹함이 만연해 있으니 읽을 가치는 충분했다.
거기다 전작에는 멍청하게 당했지만 이번 아버지의 반전은 의문을 갖고 감으로 때려 맞춰서 기분이 좋은 게 한몫한 것 같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