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쿠모주쿠
아마 이 작품을 읽으려는 사람들은 작가 마이조 오타로의 팬이거나, 세이료인 류스이의 작품을 읽은 뒤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쓰쿠모주쿠란. 세이료인 류스이의 JDC시리즈 속 등장하는 주인공 탐정 격인 인물이다. 그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모로 인해 마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감격에 기절하고, 사건의 데이터가 모이면 자동으로 해답에 도달할 수 있는 신통이기 추리법을 지닌 그야말로 초 메타 탐정이다.
그 초 메타 탐정의 이름이 왜 마이조 오타로 작품의 제목인가─하면, 이 작품은 마이조 오타로가 세이료인 류스이에게, JDC시리즈에게 트리뷰트. 즉 헌정하기 위해 집필한 작품이다.
사실 그동안 무척이나 읽고싶었다.
그 마이조 오타로가 헌정하기 위해 썼다는 이유와, 작품 자체가 지독하게 고어하다는 말들이 많았고 너무나도 읽고 싶은 세이료인 류스이 작품 속 주인공이 주인공이라고 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바탕이 되는 JDC시리즈를 읽지 않고 헌정품을 먼저 읽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결국 비고 출판사에서 세이료인 류스이의 코즈믹과 조커를 출판해 준 덕에 장바구니 맨 아래까지 내려가버렸던 이 작품의 구매버튼을 비로소 누를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비고 출판사에 감사한다.
그 감사함이 무색하게 난 이 작품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했다.
작가가 마이조 오타로였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잊고 말았다.
이 복면 작가의 작풍을 잊고 있었다.
'연기, 흙 혹은 먹이'로 제19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마이조 오타로는 '연기흙먹이'가 그나마 가장 무난하게 읽을 수 있고, 국내에 소개된 다른 작품은 대부분 마이조의 괴랄한 터치에 정신이 나갈 거 같아진다.
난 마이조의 '아수라 걸'을 읽으면서, 토하고 그걸 다시 주워 마시고, 토하고 읽고, 울다가 또 한 번 토하고 읽는 고행 속에서 마무리를 한 뒤, 앞으로의 인생에서 웬만한 기쁨 없이는 마이조의 작품은 멀리하자고 정했었다.
분명 그랬었는데, '쓰쿠모주쿠'가 장바구니 맨 아래까지 영락할 동안 내 고통도 다짐도 먼지 쌓여 잊혀 갔던 것이다.
마이조의 작품은분명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중 후반부터는 뭔가 작가와 독자 사이의 도리를 포기하고, 생각도 포기하고, 이해도 접어두고, 삶도 놔버리고─왠지 그렇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마이조의 그로테스크한 묘사들은 좋아하는데 그 독창적인 스타일에 범해지면 어찌할 수가 없다. 속수무책이다.
뭐 메피스토작가들은 대부분 이런 느낌이니까 정말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내용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하는 건 좀 그러니 인상 깊거나 재미있는 내용이나 말해보자.
우선 너무나도 아름다운 쓰쿠모주쿠가 태어나자마자 부모 의사 간호사 전부 기절해서 대롱대롱 매달리는 부분이나, 그를 납치하고 기절하고, 주위의 누군가가 그걸 보고 납치하고 기절하고의 반복은 역시 뇌절도 밀어붙이면 어떻게든 긍정적인 감상은 남는 법이구나 생각했다.
어린 쓰쿠모주쿠가 학대받는 장면이나, 눈을 뽑았다 꼈다 레고처럼 묘사되거나 하는데 너무 과하다 보니 오히려 현실미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이거에 관해 뭔 용어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그 외에도 조커의 배경이 되는 환영성에서 사건이 일어나는데 세이료인 류스이는 환영성에서 첫째 날에 죽어버리거나, 편집자를 죽여버리거나, 본편에선 멋있던 JDC탐정들은 환영성에서 특유의 필살기 같은 추리법에 따라 광대짓을 하고 있거나, 'JDC에 맡겨두면 쓸데없이 사람들만 죽어나갈 거다'라는 대사를 하거나.
아니면 '말장난을 하나의 테마로 정한 뒤 많이 하면 그럴싸하게 들린다'라고 하거나. 읽다 보면 이게 진짜 헌정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류스이의 작품을 돌려 까기 한다.
백미는 마지막 작품 해설에 첨부된, 마이조 오타로가 이 작품을 쓴 것에 대한 코멘트인데 이게 제일 웃기다.
'JDC 트리뷰트도 지긋지긋하다. JDC 트리뷰트를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제정신인가 싶었다. 멀쩡한 사람은 세이료인 같은 작가 안 읽을 테니 구태여 설명하자면─. 이 의뢰를 한 편집자를 솔직히 이번엔 기필코 죽여 버리고 싶었다.'
같은 말들을 반말로 씨부려 대는데, 복면작가의 신비주의 따위는 대폭소하면서 읽다 보니 다 사라졌다.
아무튼 참 특이한 작가다. 오랜만에 아수라 걸이나 다시 도전해 볼까.
아 읽다 보면 중간에 조커 다음 작품의 스포일러가 섞여있다. 읽다가 눈치채고 눈물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