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우리의-앞머리를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이 작품은 아유카와 데쓰야 상의 우수상 수상작이자 작가 야요이 사요코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인데 이름 있는 상까지 탄 대단한 작가의 대단한 작품이겠지만─이제는 기대도 안 한다. 내가 문제인가 작품이 문제인가, 세상이 나쁜 것인가. 

 

지루한 작품들에 계속해서 치이니까 점점 흥미까지 잃고 있다. 기대도 안되고, 흥분되지도 않는다. 읽기 전부터 무감각함을 느낀다. 그저 권태기일까. 짧은 권태기이면 좋으렴만.

 

위의 반응을 보면 알겠지만 역시나 재미없고 지루하고 지겨웠다.

 

부정적이기만 하다.

부적적인 리뷰가 될것같다.

 

르포 소설?

장르적 구분이 요즘에 와서 의미가 있겠냐만은, 명확한 구분도 잘 모르지만 이 리뷰에서는 이 작품을 르포소설이라고 정의할 것이다.

 

나는 르포소설이 싫다.

읽는 내내 '소설'이라는 느낌도 안 들뿐더러, 줄줄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등장인물의 축에도 못 끼는─의문과 단서를 제공할 뿐인, 아니 의문과 단서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한 엑스트라 A들의 이야기(인터뷰)를 수십 장씩 읽어나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짜증 나기 때문이다.

 

수많은 A들의 말을 읽고, 작중의 신문 기사들 따위를 읽고, 무슨 재미가 있다는 말인가. 그저 말하고 사라질 뿐인 매력도 존재감도 없는 A들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고 아무런 관심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 기타 등등이 나와서 수십 페이지씩 인터뷰하는 내용을 무슨 수로 버티라는 건지.

 

차라리 뉴스의 인터뷰를 보는 것이 생생한 만큼 관심이라도 갈 것이다.

 

본편은

그렇다면 본편은 어떤가.

작품 맨 뒤에 붙어있는 서평에서 말했듯 미스터리적 구조는─사건의 전말까진 아니더라도─눈치챌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만약 추리가 그저 스파이시에 지나지 않았다면, 메인으로 밀고 있는 '이야기'의 재미로 독자를 납득시켜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시후미와 리쓰의 관계성은 간신히 납득할 수 있었지만, 레이나라는 장애인 소녀의 등장은 거슬리기만 하다. 마지막의 구색을 위한 도구인가. 앞선 두 명의 농밀한 관계에 비해서 그저 '눈에 띈 불쌍한 등장인물 하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레이나와 마지막 뜬금없이 등장하는 칼 침놓는 남자. 이 파트는 놀라기보다는 어이가 없다. 

 

그저 여기 등장인물들이 이렇게나 불쌍하답니다~, 이렇게나 필사적이고 결연했어요~ 동정해주세요~라고 말하듯 감정의 과잉에는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 정도로 과잉 연출이고 노골적인 어필이었다.

 

작중에서도 복잡하다 복잡하다 말하지만, 이런 복잡한 퍼즐 맞추기식 이야기는 으레 그렇듯 작위적이고 끼워 맞춘단 느낌 역시 지울 수 없지만 개인적인 인상이겠거니 하고.

 

또 하나. 보는 내내 시후미와 리쓰의 묘사는 카리스마다 뭐다 호들갑을 그렇게 떨어대며 말도 안 섞은 사람마저 경외심이 들게 하는 듯 묘사하는데, 그 때문에 리쓰와 양아버지의 관계도 눈치챘다. 너무나 노골적이었고, 양아버지 말고도 그런 냄새가 아주 진동을 했다.

 

결국 피는 못 속인다는 교고의 우려와 주장을 몸소 증명해 주었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었다.

그리고 사람을 죽여놓고 뭘 행복해질 미래를 그리고 있는 건지, 상판에 철판이라도 깐듯한 뻔뻔함이다.

 

마지막 서평의 일부인데,

 특정 취향에 맞춘 미스터리인 척해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 다음 다치하라 시후미의 심리라고 하는 진짜 수수께끼를 들이밀면서 놀라움을 맛보게 한다.
 
작가의 노림수를 대변한다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믿기는가.

 '노림수를 대변한다면'이라고 했지만, 만약 이게 맞다면 이만한 오만함은 좀처럼 볼 수도 없고, 이런 기만은 당해본 적도 없다.

 

끌어들이지도 못했고 놀라움도 없었다. 사기도 이런 사기가 따로 없다.


 

 

쓰면서 떠올랐는데, 유키와 제자의 이야기도 있었다. 맥거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아무런 쓸모가 없었지만, 유키가 사건을 계속해서 조사하기 위한 원동력이라고 하면, 그럴듯하지만─그 때문에 그 정도 트라우마를 지면을 써서 사용해야 했을까. 

거기다 그 내용 역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다.

 

사회파다 르포다 파생되는 장르들은 많지만, 추리가 이렇게 곁가지라면 밀고 있는 '이야기'는 재미있었어야 했다. 추리와 이야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훌륭한 작품이 얼마나 많은데─시간만 버렸다.

 

이왕 부정적으로 쓰는 거, 대부분은 느낀 감상 그대로지만 과하게 써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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