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줄거리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1969년 사회주의 운동이 한창 활발한 일본. 당파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극 소규모로 좌파 학생운동을 하는 고등학생 레이. 좌익운동 도중 격렬해지는 시위대와 기동대의 충돌을 피해 일본도와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살인을 끝낸 현장을 마주한 뒤 누군가의 습격을 받고 기절하게 된다.
여차 저차 해서 그 살해 현장의 목격자인 레이를 찾아온 고토다라는 형사가 찾아온다. 좌파운동인 입장상 형사와 기싸움을 하게 되지만, 이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 일본도를 든 여고생의 이름은 '사야'이며, 사야가 죽인 학생은 한 두 명이 아니고 레이의 친구인 아오키가 사야의 다음 희생자 일거라는 말을 듣게 된다.
다시 으쌰 으쌰 해서 실종됐던 아오키와 만나게 된 레이는 사야와 인간의 모습에서 변태하여 흡혈귀가 된 생물의 싸움을 목도하게 되고 기절하게 된 뒤 고토다와 납치당하여 어떤 노인과 마주해 대화를 하게 된다.
그 대화 속에서 흡혈귀의 기원과 인간성에 대한 장광설들. 그리고 노인과 고토다, 사야의 정체를 알게 된 뒤 미래의 후일담 정도가 짧게 나오고 끝이 난다.
후기
이 작품에 대해서는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다.
사회운동에 대한 서술과 각종 용어들은 작가가 실제로 좌파운동의 경험자로서 잘 나타나 있고,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다는 것 정도.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중반의 고토다와 후반의 노인과 고토다의 주고받는 장광설. 별 특징이랄 게 없어서, 이 장광설 부분이 가장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누구는 헛소리와 이야기의 맥락을 알 수 없어 지루할 테고, 누군가는 겉핥기식의 철학, 유사 과학과 같은 재미를 느껴 즐거워할게 눈에 보인다.
나는 물론 후자의 입장이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백귀야행 시리즈에서 그러했듯 결국 전부 이해는 못해도, 뭔가 읽으면 '똑똑해질 것 같은' 장광설은 아주 좋아한다. (그 역시 주제가 재미있어야 하겠지만.) 중반의 싸구려 불고기 집에서 고토다가 이야기해주는 흡혈귀 같은 부류의 기원과, 후반의 알 수 없는 고급스러운 장소에서 최고급 와인의 일석이라 취급받는 샤토 라피트를 마시며 노인과 고토다의 문답.
구전되는 흡혈귀가 아닌 이 작품에 등장하는 흡혈귀의 발생과정부터 이어져, 과거의 지식인들이 끊임없이 고민해온 종교와 신, 인간과 동물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고찰들. 동양인은 이해하기 힘든, 종교를 중심으로 나선을 그리며 확장될 수밖에 없었던 서양사. 그리고 현제까지도 훌륭한 음모론의 주인공이 되는 로스차일드가와 교황청의 등장.
잠깐 딴짓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1부터 확장되어 뻗어나가는 장황하고 매력적인 장광설만이 아니라 음모론까지 끼얹는다니. 즐겁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오히려 나에겐 장광설을 뺀 나머지 부분이 대부분 지루했다.
레이의 투쟁에 대한 독백과 사회운동의 묘사들은 레이가 소속한 곳의 인원이 적어서 그런가 애들 장난을 보는 기분이었다.
애들 장난.
읽으면서 간질간질 했던 이유가 이거다. 레이와 동료들은 계속해서 투쟁을 입에 담는다. '투쟁 위원회'인 친구를 부를 때는 '회의 소집'이고, 낡은 학교 건물 2층이 자신들의 아지트다.
경찰과 교사들에게의 반항도 '투쟁'이고, 가정 내 불화는 '가정의 투쟁'이다. 법관이라도 된 양 시체의 사진을 보고 살해를 당했냐 마냐에 '이견 있나' 물어보며, 얄팍한 지식으로 파시즘이며 이데올로기며 파괴 공작원이며 나치즘이며 온갖 단어를 가져다 쓰며 대화를 한다.
작가가 노린 건지는 모르지만, 후반의 장광설에서 노인이 레이의 껍데기뿐인 지식에 동정하는 듯한 묘사마저 있는데, 읽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딱히 내가 레이보다 그 투쟁의 역사와 온갖 사상들을 잘 안다는 건 아니지만, 읽고 있으면 좀이 쑤실 만큼 애들 장난을 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고등학생의 고민이나 각오는 당장의 당사자에겐 진지한, 전심전력 일생일대의 무언가 겠지만, 연장자들이 보기에는 코웃음 나는 촌극으로 비칠 것이고, 나 또한 그런 입장에서 읽어나가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도 두 번째 읽는 것인데, 확실히 몇 년 전 처음 읽을 때보다는 마냥 재미있진 않았다. 장광설의 빛은 아직 밝았지만, 나머지 파트가 예전에 읽었을 때보다도 지루하게 느껴지니, 늙어버린 것인가.
동일한 세계관으로 만화와, 애니, 게임, 극장판, 전지현 주연의 실사 영화가 있다. 다양한 미디어믹스가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세계관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리고 표지가 너무나도 구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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