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지도 모름 주의

 

 

 

 

 

 

 

 

 

 

성모라는 제목과 표지의 피에타 상을 본 뒤, 어떤  모성에 대한 따듯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하고 구매했다.

 

뭐, 거짓말 이지만.

 

 

미스터리 스릴러 이기에 산 것이다.

 

이 책은 장르 자체가 스포일러 일지도 모르는  '서술 트릭'을 사용한 미스터리다. 

도쿄 외각 어린이집을 다니는 한 소년의 시체가 발견된다. 거기에 성기까지 잘린 잔혹한 범행수법에 모두가

충격에 빠진다. 어렵게 딸을 얻은 어머니인 호나미는 딸을 위해 사건에 집착하게 되고 형사들은 동분서주한다.

서술 트릭이 으레 그렇듯 범인은 숨김없이 등장하며 범인과 함께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점이 교차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280페이지라는 적당한 양과 담담하고 현실적인 문체가 가볍게 읽기 편하게 해 준다.

잔혹 범죄가 만연한 요즘 아동 살인이라는 타이틀에 불편해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읽어보면 자주 언급되는 게 아니기에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에 잔혹함은 재미를 더욱 높여주니 작가가 어떤 의도가 있던 아주 마음에 든다. 

 

아쉬는 점은 몇 가지 있다. 두 형사 콤비의 필요성과 쓸데없는 대화들. 흐름을 방해하고 주제의식을 녹인 거라 한다면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후기에도 나와있는 페어 언페어의 논쟁. 확실히 다 읽은 뒤에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지긴 한다.  같은 종류의 트릭을 쓴 선대 작품에 비해 반전을 위해 끌고 가는 내용의 치밀함이 부족했다. 반전을 맞추려고 단서를 찾으며 읽는 도전적인 독자가 아니라면 크게 문제로 다가오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책은 그저 멍청이가 돼서 작가의 함정에 빠지며 읽는 것이 마지막 반전에서 맛볼 수 있는 충격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종류의 읽는 법도 시도해보길.

 

 

 

 

 

 

 

 

 

스포스포스포스포스포일지도.

 

 

다만 결정적으로 큰 걸림돌이 있다. 위에 말한 장르적 스포일러인데.

서술 트릭은 범인이 서술자가 될 때가 많아 트릭의 종류만 알게 된다면 뒤에 나올 반전의 충격이 다소 줄어든다. 그래서 띠지에 대문짝만 하게 '충격의 마지막 20페이지' 나 '반드시 두 번 읽게 된다' 같은 광고 문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두 번째 문제는 같은 종류의 트릭을 쓴 다른 걸작들. 아비코 타케하루 작 '살육에 이르는 병' 우타노 쇼고 작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이 두 작품을 먼저 읽은 독자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다. 잔혹함을 놓고 봐도 '살육-'과는 상당히 떨어진다.

 두 작품의 완성도의 높음은 물론이고, 책을 덮은 뒤 자연스럽게 비교하는 자신이 있다. 그리고 두 작품이 출판된 시기도 오래됐고 아직도 그 명성은 이어지지만, 반전 자체도 낡은 반전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아이를, 딸을, 지킬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우주대감독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마더'가 떠올랐다.

자식의 안위를 위한다는 숭고한 이념으로 살인까지 저지르는, 맹목적이고 위태로운 모성이 과연 아름답기만 한 것인가. 십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성은 그 단어 자체로도 신성시되는 시기였다. 그것에 딱히 이견은 없지만 요즘은 인식 변화를 강요받는 느낌이라 달갑지는 않다.

 

끝으로 부모님께 잘하자.

 

정 볼 게 없다면 킬링타임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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