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계의 거장 아야츠지 유키토의 대표작 관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십각관의 살인'을 오마주한 작품.

십자관의 살인 뒷면

들어가기에 앞서 책 띠지와 뒷면에 거하게 쓰여있는 문구를 짚고 확인하자.

많은 독자들과 같이, 나 역시 이 책을 구매한 이유는 대문짝 만하게 쓰여있는, 추리소설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십각관의 살인을 오마주 했다는 세일즈 포인트 때문이다. 

 

간단하게 십각관의 살인에 대해 말하자면, 일본 기준 87년부터 아직까지 이어져오는 시리즈이며 대선배 대문호 대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데뷔작 첫 작품 첫 시리즈라는 기념비 같은 걸작이다. 그는 이 책으로 본격 추리계의 번영을 이루게 한 선구자이며 산증인이다. 누구도 이 사실에 불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그의 책을 오마주 했으며 광고까지 내걸고 판매하고 있었다.

 만약 내용으로서 불충분했다면 어떤 비평을 들을지 후폭풍을 예상한다면 이 오마주는 그 자체로서 용기 있는 행위이다.

그 점만큼만 높게 생각한다.

 

십각관의 살인의 오마주답게 등장인물들 모두 유명한 미스터리 소설의 탐정 이름을 따왔다.

외딴섬, 기묘한 건물. 그리고 별장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최첨단 시스템 아가사까지.

그들은 장르문학과 순문학을 언급하면서, 과거 추리 소설의 역사와 현재 한국 추리 소설의 위치, 어려운 상황들 해외소설의 유입과 그로 인한 국내 독자들의 팬덤 생성 등을 짧게 토론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종종 책을 읽다 보면 출판에 대한 작가 자신의 하소연과 한탄, 사회 편견 어려움 등을 써 내려간 듯한 대사가 눈에 띌 때가 있는데 볼 때마다 눈살 찌푸려지지 않을 수가 없다.  독자는 작가의 피해 의식을 알기 위해 돈을 주고 책을 구매한 게 아니다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낸다면 다르겠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승부를 하고 그 작품의 위상에 따라 말에 무게가 실린다. 독자의 눈을 돌리기 위해서라면 더 나은 추리소설을 쓰면 되는 것을 피해망상이라도 있는 듯 토로한다.

 연구회라는 명목이 있다 해도 그저 흐름을 방해할 뿐 차라리 등장인물들 각자가 '추리소설은 어때야 한다'같이 서로의 개성을 살리는 의견과 대사들로 채워졌다면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살인 엠티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살인은 일어나고 죽는 사람이 생긴다.

살인이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드러나고 밀실 속 서로의 불온한 감정들이 울렁거린다.

시간이 지나며 등장인물들의 관계성도 점점 어색하다 삼각관계도 그렇고 말과 행동이 갑작스럽고 키스는 뜬금없다. 등장인물은 진지하지만 몰입되지 않고 촌극을 보는 것만 같은 대사들. 싸움 장면에는 뭘 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여주인공? 쯤 되는 인물을 때렸을 때의 주절주절 나불대는 변명과 자아성찰 장광설을 볼 때엔 작가의 사상을 의심케 한다.

구토를 참고 꾸역꾸역 읽으며 맞이한 결말은 그야말로 역겨웠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한 설정 과잉과, 유명 작가를 따라 해 보려다 다리가 찢긴듯한 추함까지.

국내 장르문학보다는 외국 것이 낫다 라는 선입견이 아직도 만연해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외국 추리소설을 국내 추리소설에 비해 많이 읽어왔고,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확실히 국내 추리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역량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수입책들은 본국에서 한번 걸러진, 고르고 골라서 살아남은, 재미있다는 '보증'을 받은 책이 수입되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외국에도 역시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이 많이 있을 것이고 당당하게 출판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국내소설이 걸릴 거라 생각하고 사보는 책은 대부분 만족하지 못한다.

불충분하다.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위에서 말한 선입견은 더욱 커져가고, 국내 추리에 점점 손을 뻗기 망설여지게 됐다.

첫 페이지의 문구.

끝으로.

이렇다 보니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 오마주라는 타이틀은 그저 책을 팔 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일 뿐이다.

이름 있는 선구자의 명성에 기대서 장사하기 위한 뻔뻔함. 얹혀가기 위한 구실일 뿐.

잘도 헌사라는 단어를 오려 붙였다. 

만약 아야츠지 유키토와 십각관의 살인이라는 구실이 없었다면 이 책이 순전히 팔렸을지 의문이다. 장사꾼으로서는 100점일까.

그래도 아직 국내 추리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종종 구매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디 이 책이 아야츠지 유키토에게 까지 전해지지 않길 바란다. 

 

 

작가의 용기에

★☆☆☆☆☆☆☆☆☆

 

십자관의 살인
국내도서
저자 : 손선영
출판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20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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