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는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시대를 이끈 우타노 쇼고의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입니다.

책을 읽기전의 주의로 책 표지 쪽 날개의 옮긴이의 말을 읽지 않고 보길 추천한다. 민감한 독자라면 스포일러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 작가 우타노 쇼고
  • 세 가지 단편
  • 끝으로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작가 우타노 쇼고

미스터리의 독자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을 만큼, 국내에서도 높은 평과와 명성을 떨치는 우타노 쇼고.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가장 먼저 접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는 사실 '밀실 살인게임'을 먼저 접하고 그 뒤로 '벚꽃'을 읽었는데 역시 파급력은 남달랐다. 

 

그렇게 팬이 됐고 우타노 쇼고의 작품들을 학생 시절부터 하나하나 독파해나갔고 대부분의 작품을 읽었다. 하지만 이제는 쇼고의 작품을 읽지 않는다. 찾아보지 않는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정 이상의 기대라고 할까, 다 읽고 나면 어떤 만족감이 예전만 못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의 작품이 전부 마음에 들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이 느낌은 그것과 다르다. 

작품은 충분히 추리 소설로서 놀랍고 항상 충격적이다. 그러나, 어떠한 재미.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재미가 부족해졌다고 생각한다.(무지한 독자가 감히 말한다.) 그동안 다른 작품들도 나름 읽어왔고 취향이 변했고 추구하는 재미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신본격이라는 논리 정연하고 웃음기 쫙 빼 버린 빈틈없는 퍼즐 맞추기 작품을 읽는 게 지쳤을지도 모른다.(물론 추리소설에 빈틈이 있으면 안 된다.)

 

그야말로 취향의 차이이고 재미의 차이이다.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런 그의 작품에서 내가 대표작이며 추리를 넘어 내가 느끼는 엔터테인먼트의 재미까지 충만한 작품이라고, 지금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이 앞서 말한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밀실 살인게임 시리즈'이며, 지금 소개하는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이다.

 

세 가지 단편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단편 3개를 엮은 단편집이다. 그리고 미스터리의 단골 소재인 '클로즈드 서클'이 이 단편들에도 차용됐다. 

클로즈드 서클. 눈 덮인 산장. 폭풍우 속 오도 가도 못하는 장소. 다리가 끊어져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곳.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함께 갇혀있는 인물들 중 살인귀가 숨어있다. 단순하면서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소재. 그리고 작가에게도 써먹기 좋은 편한 테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산장 온천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능력만큼은 일류지만 인간성은 살짝 떨어지는 탐정 가게우라 하야미와 그의 조수 다케무라 오조라가 사건을 해결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클로즈드 서클과 비슷하다. 하지만 역시 특이한 설정은 생계형이며 오만불손하고 돈과 명성에 굶주린 탐정 가게우라다. 이 탐정이 여러 의미로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고 본다. 

처음 이 단편을 읽었을 때 결말은 가장 충격적이었다. 스포일러를 지양하므로 전부 말하지는 않지만 탐정의 반전으로는 최고였고 다시 읽어보면 그럴만하다고 생각된다.

 

생존자, 1명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 남녀가 지하철 폭파 테러를 일으키고 외딴섬 무인도로 도망친다. 그러나 외부와 단절된 섬에서 동료가 한 명씩 죽어나간다. 

일본의 사이비 종교 테러라고 한다면 '옴진리교의 지하철 독가스 테러'가 떠오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고, 이 단편이 긴장감으로 따진다면 단연 1등이다. 사이비 종교와 테러를 배경으로 쓴 것도 리얼한 외딴섬의 참극도 점점 조여 오는 쫄깃함도 무엇 하나 빠질게 없이 대단한 작품이다.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대학교 추리소설 동아리의 멤버 버가 50대 아저씨가 돼서 서양식 관의 초대를 받는다. 초대자는 동아리 멤버인 후유키. 그는 서양식 관에서 자신이 만든 추리 시나리오대로 연극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야기와 추리로는 가장 지루했다. 충격적인 소재도 설정도 트릭도 없다. 그냥저냥 연극을 보는 느낌. 앞의 생존자 1명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다.

 

끝으로

제목을 보면 서양 미스터리의 걸작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서양 소설은 거의 안 읽어봐서 추리를 좋아한다고 자처하는 나지만 부끄럽게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연관성이나 제목을 그렇게 지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런 걸 몰라도 미스터리의 팬이나 우타노 쇼고의 팬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그런 선물 같은 한 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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