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성 살인사건/아리스가와 아리스/386p/북홀릭/BOOKHOLIC

'일본의 엘러리 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단편집

이 책을 고른 경위는 책 한 권을 구매하려는데 1만 원이 채워지지 않아 배송비가 청구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르고 골라서 9000원이라는 싼 가격에 386p라는 괜찮은 양. 그리고 검증된 작가의 작품이기에 덤으로 구매한 것이다. -맞다. 상술에 당한 거다. 

 

'○○○의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의 단편 6개!

책의 구성은 6개의 건물-성, 6개의 살인사건을 엮은 단편집이다.

조수겸 주인공 추리소설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와(작가와 이름이 같다.) 탐정 겸 범죄사회학자 '히무라 히데오' 두 명의 주인공이 저마다 기묘한 건물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흐름이다.

 

흑조정 살인사건

아리스와 히무라의 친구 '아마노 히토시'가 사는 흑조정에서 시체가 발견됐다. 그 시체는 2년 전 자살로 마무리된 살인사건의 범인이었다!

첫 단편의 시작으로는 무척 좋았다. 음산한 흑조정의 분위기와 대비되는 아마노의 딸 '마키'의 천진함과 마키에게 책을 읽어주며 스무고개라는 게임을 하고 동시에 필사적으로 사건의 개요를 듣는 아리스의 모습은 흐뭇하기까지 한다. 

계속 풍기는 분위기나 아이와 탐정. 무언가 의도된듯한 아이의 행동. 이 구도는 몇 번인가 본 것도 같은데 결말 역시 비슷한 인상을 받은 작품을 몇 번 봤다.

 

호중암 살인사건

밀실에서 항아리를 머리에 쓴 목매단 시체가 발견됐다!

이건 좀 별로였다. 밀실 트릭의 설명이나 트릭 자체가 조잡하게 느껴지고 뚜렷하게 전해지는 게 없었다.

 

월궁전  살인사건

강가 근처에 잡동사니로 만든 무허가 건축물을 발견한 아리스. 다시 한번 히무라와 찾아가지만 그 건축물은 불에 타고 잔해만 남아있다. 

여기서 슬슬 이 책에서 추리나 미스터리는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고 흥미가 좀 식었다.

왜 그렇게 된 건지 궁금하지 않고, 추리의 요소도 별로 없고 마지막엔 몇 가지 단어로 의문이 풀리면서 더욱 허탈감만 남는다.

 

설화루 살인사건

눈의 결정을 본뜬 건물에 노숙하던 커플 두 명. 남자가 죽고 여자는 기억을 잃는다. 남자는 투신자살했지만 떨어지기 전 이미 후두부에 치명상을 입고 죽어있었다. 옥상에 남은 발자국은 자살한 남자 한 명의 것뿐.

개요는 가장 흥미로웠는데 결말에 가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기에 하겠고 비슷한 결말인 작품도 존재하겠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홍우장 살인사건

홍우장과 다음 단편이 가장 길다.

영화에 나온 아름다운 저택의 소유자가 자살로 위장한 살해를 당한다. 유산 많고 자식도 많다. 멋진 구도.

알리바이가 완벽한 자식들과 기묘한 언동을 하는 유력 용의자.

내용이 긴 만큼 작가가 힘줘서 쓴 게 느껴진다. 얕지만 알아보기 힘들게 복선다운 복선도 깔려있고 다 읽고 나면 아차! 싶은 게 동기마저 납득이 갔다.

 

절규성 살인사건

가장 긴 내용. 이 단편집의 대표작이다.

절규성이라는 호러 게임과 같은 방법으로 밤거리의 여자 3명이 살해당한다. 피해자들의 입에선 절규 성의 키워드가 적힌 종이가 물려있고, 마지막 네 번째 피해자의 입에 'GAME OVER'라는 종이가 물려있는데!

결말의 의외성은 가장 충격이다. 표지 제목을 장식한 만큼 작가 자신도 가장 높이 평가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흑조정, 홍우장, 절규성 세편만으로 책을 엮었다면 차라리 평가가 더 높지 않았을까?

 

책과 작가에 대해

이 책은 아리스와 히무라의 케미와 아리스의 유머가 짙게 깔려있다. 작가가 작품을 위해 '통조림'당하는 모습이나 아이에게 놀아나는 장면 등 사건의 심각성과는 별개로 웃음 포인트가 많다.

다만 독자가 추리해내기는 묘하게 불공평하게 느껴지고 결말이 시원찮은 느낌으로 끝나는 건 작가의 노림수일까.

노골적이고 과격한 묘사나 카타르시스는 없고 전반적으로 여운을 주기 위한 뜨뜻미지근한 이질감이 작품 전반에 깔려있다.

 

그리고 절규성의 내용에서 묘하게 호러 게임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콘솔게임을 즐기는 나로서는 사족으로 느껴졌다. 절규성 게임의 소설화를 맡은 작가가 경찰에게 불쾌한 취급을 받자 했던 대사처럼, 비현실적인 호러 소설가인 자신은 이런 취급이고, 현실 범죄에 가장 가까운 추리소설을 쓰는 아리스는 경찰에 협조하는 부당함을 토로했는데, 그 말대로다.

 

하루 종일 사람 죽이는 기묘한 발상을 떠올리기에 힘쓰는 인종이 뭘 그리 고상 한척하는 건지.

내 이해력이 부족한지 저 비판적인 내용이 작가 본인의 생각인지,

마지막에 아리스가 독백하며 외치는 부분에서 의도한 게 뭔지 모르겠다.

 

이 작가의 책은 '달리의 고치' '월광 게임' '쌍두의 악마' 세편을 읽어봤는데 월광 게임 말고는 그저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많은 작품을 쓴 작가이니 작품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듯하다.

 

 

3개는 평범. 3개는 좋음. 킬링타임용.

★★★★☆☆☆☆☆☆

절규성 살인사건
국내도서
저자 : 아리스가와 아리스 / 최고은역
출판 : 북홀릭(bookholic) 200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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