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작품. 4대 비극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마지막에는 주역 모두 사이좋게 파멸해버린다.
햄릿은 학생 때 한번 읽고 이번에 새로 사서 두 번째 읽는 건데, 처음 읽을 때 보다 더 만족스럽게 읽은 것 같다. 고전문학은 대부분 지루하거나 재미없어, 그들만의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는데 놀라운 결과다.
햄릿은 희곡인 만큼 대본 형식이라 읽기는 수월하다. 다만 그 때문인지 대사들이 전부 온갖 비유와 은유 관용구들로 채워져 있으니 문장이 길어지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지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게 한다. 또다시 다만, 그중에는 대사 좀 치는데? 하는 문장들도 있고, 익살스러운 장면들도 확실하게 읽는 즐거움을 준다.
그러니까, 400년 이상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계속해서 구전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독자로서 느껴진다는 말이다.
무지한 독자로서 고전작품은 리뷰가 꺼려지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압도적인 이해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현대의 작품에도 종종 언급하지만, 번역자의 후기를 읽을 때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의 해석과 높은 이해력으로 설명을 해주는 글이 있는데, 이번 후기도 그랬다.
애초에 많은 지성인들이 수백 년간 연구하고 해석하고 재해석하고 토론하고 분석하고 분해하고 낱낱이 파헤친 작품이다. 그 압도적인 차이를 한 두 번 읽었다고 채울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다. 그와 반대로 해석과 해설을 몇 가지 읽어보면 꿈보다 해몽. 문호 셰익스피어는 그 정도까지 설계와 설정과 시대상을 이 이야기에 의도적으로 담았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의 어이없는 죽음과, 극에서 잘 보이지 않고 설명만으로 끝나버리는, 대표적인 작가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해적의 존재. 그리고 마지막 햄릿과 레어티즈의 싸움에서 칼이 뒤바뀌는 장면.
대 문호에 대한 리스팩트로 건들지 않는 것인지 모르지만, 여러 리뷰를 찾아봐도 그 장면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았다─마지막 싸움에서 칼이 바뀌는 건 희곡 특성상 묘사가 없어서 허무하게 느껴진 것뿐일지도 모른다─독자라면 읽는도 중 머리에 물음표를 크게 떠올려도 이상하지 않을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표적으로 거트루드의 죽음에 대해 누구는 독이 든 걸 알고 먹었다, 혹은 모르고 먹었다.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전부가 전부 가설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근거마저도 다른 장면들에서 거트루드의 대사나 행동 심리를 끌고 와 추측하는 것뿐이다.
그저 셰익스피어가 후반에 갈겨쓴 게 아니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힘들까. 아니면 또 내 착각인가.
이번 햄릿은 영풍문고에서 미니북(포켓북)으로 구매를 했다. 3권에 만원이라는 막 읽고, 조심하지 않아도 좋은 합리적인가격과 접근성 휴대성 보관성 좋고 손만 한 크기. 아주 좋다. 무슨 이유인지 미니북은 대부분 고전문학들만 찍어내는데, 1~2년 지난 일반 신간들도 문고본들로 팍팍 만들어 싸게 팔아줬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