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책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표지와 제목에 눈이 멀어 구매했던 '암굴희'입니다. 구경하고 가세요.

암굴희

  • 구매하기 까지.
  • 짧은 줄거리.
  • 그래서 결국은.
  • 실망이다.

암굴희

구매하기 까지.

이 책은 표지와 제목에 낚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굴희의 표지를 본 뒤로 이건 사야겠다고 단박에 마음먹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책을 구매할 때마다 백 권이 넘는 개인적인 구매 목록을 쭉 훑어보는데 눈길은 가지만 항상 뒤로 밀려났다. 거기다 가격도 9.900원. 만 원도 안 한다.(만 원 이하면 배송비가 나가는 게 상술 같은데, 난 우연찮게 해결됐다.)

 

다른 책들보다 싸고, 제목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표지가 매혹적이었기에 분명 합격점이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치욕스럽게 다른 책들에 밀리고 밀리고 밀리다가 새로운 구매 목록이 추가되어감에 따라 목록 아래로 점점 내려갔다. 한참을 미뤄지다가 큰맘먹고 구매하기를 눌렀는데 이게 또 문제가 생겼다.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 구매를 했는데, 보통 출고예정 날짜는 주말이 아니면 구매한 날+하루 혹은 이틀 후의 날짜가 찍히는데 암굴희는 출고 예정 날짜가 무려 5일이 지나고서 였다. 여기서 불안감이 싹텄다. 예전에도 한번 출고 날짜가 이상하게  오래 걸리던 책을 구매한 적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힘내서 물류창고를 찾았겠지만 결국 재고 없음으로 품절당했던 일이 있었다.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를 않는다.

결국 이 책도 며 칠 뒤에 품절됐다는 문자를 받게 됐다. 그래서 이 책과는 연이 없구나 생각하고 단념했는데, 며 칠 뒤에 구매 목록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암굴희는 품절 상태도 아니고 출고 예정도 다른 책들과 똑같이 하루 이 틀 정도 걸린다고 나온 것이다.

 

그 화면을 보고 곧 바로 문의를 했는데 답변으로는 여러 사정이 있고 지금은 물류창고에 재고가 확인되었다는 말과 함께 혹여 한 번 더 주문한다면 9.900원이라 배송비가 발생하는 것을 보상해준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즉시 재구매를 했고 배송비도 없이 드디어 암굴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짧은 줄거리.

줄거리를 짧게 써보자면.

주인공 레미의 동료이자 친한 친구였던 인기 아이돌 사기리가 자신에게 당했다는 괴롭힘등을 써놓은 일기를 남기고 자살을 했다. 그 폭로로 인해서 레미는 가해자라는 의심 속에서 대중들에게 몰매를 맞으며 아이돌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까지 내몰린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신은 사기리를 괴롭힌적도 없고 절친이라고 까지  생각하고 있었기에 억울할 뿐이다. 매니저마저도 자신을 의심하는 지경에 그녀는 어릴 때 읽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떠올리고 절친이었던 사기리의 자살과 자신을 폭로한 일기에 대하여 미심쩍은 점들을 조사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진실에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추악한 비밀과 조직과의 사투, 세계를 뒤집을 사건으로 발전하는데~~~는 거짓말이고, 그렇게 사기리 자살과 일기에 대한 비밀을 밝히는 것이 이야기의 주된 흐름이다.

 

그래서 결국은.

우선 처음 만나는 작가였지만 읽기는 무척이나 편했다. 분량도 내가 좋아하는 적당히 읽기 편한 양이었고, 표지에 제목 싼 가격. 기본적으로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내용이다. 무언가 비밀을 알아가고 추리를하며 당한 것에 통쾌한 복수를 하는 그런 자극적인 엔터테인먼트가 전무하다. 전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스터리의 요소도 단서로 쌓아 올리는 추리도 약하고 없다. 아이돌 친구의 자살과 의문 밖에 없는 자신을 고발하는 유서와 같은 일기. 이 흥미로운 소재에 낚여 흥미진진한 초반의 두근거림은 이야기가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멎는다. 

 

분명 처음엔 빠르고 기분좋게 읽어나갔지만 중간부터 책 읽는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자극성도 낮고 남는 것도 없다. 미지근한 물에 밍밍한 물을 탄 그런 갈증 날 때 마시면 짜증 나기만 하는 느낌. 결국은 추잡한 연예계에 희생당한 사기리와 그것을 폭로, 고발하는 내용으로 이어지는데 그 전개와 흐름 결과들에 어떠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도 없다. 고구마와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거 같다.

 

생각없는 군중들과 저널리스트들도 간접적으로 비난하기도 한 것 같지만 그마저도 얄팍하기 그지없다. 어느 것 하나 특출 난 게 없다. 이도 저도 아니다. 내용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작위적이고 작가 편의적일 뿐인 전개가 많다. 적대되는 인물들이 너무나도 멍청하다. 이게 '등장인물은 작가의 지능을 넘을 수 없다.'의 그것인가. 

 

그리고 흔히 마지막 수단과 효율적인 무기로 나오는 주머니속 숨겨둔 녹음기. 이런 전개도 종종 보이지만 이 책만큼 아무런 매력 없는 후반부도 없다. 녹음기는 보험이 되어야지 최종 무기가 되면 그만큼 작가 편의적인 무기도 없으니 말이다. 거기다 마지막의 없는 편이 나았을 반전까지. 이 장면에서 이 작가의 책은 다시는 구매하지 않을 것을 결심했다. 

 

실망이다.

잘쓴 소설이 아니다. 미스터리로서도 추리로서도 폭로, 고발물로서도 무엇하나 확실한 게 없다. 굳이 읽을 필요가 없는. 

 

다음 부터는 직감을 믿고 구매 리스트에서 점점 우선순위가 낮아지는 건 지워버리는 게 지갑 사정으로 서도 정신적으로서도 좋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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