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출산/무라타 사야카/203p/이영미/현대문학

작가 무라타 사야카.  

무라타 사야카는 '편의점 인간'이라는 책으로 제155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상'을 수상했다.

편의점 인간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한동안 절찬리에 판매되어 아직까지 서점 한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작가는 지금도 주 3회 편의점에 출근하면서 글을 쓴다고 한다. 나 역시 편의점 알바를 해봐서 알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손님으로 온다.

 

등 뒤에서 찔러버리고 싶은 손님이나, 무한한 친절로 대하고 싶은 손님이나, 무미건조한 손님 등.(멍하니 카운터에 서 있으면 사람인지 이매망량인지 구분조차 안될 때가 있다.)  

작가의 말처럼 '평범'과 '묘함'를 넘나드는 작풍이란 그런 경험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살인출산.

머나먼 미래. 더 이상 사람들은 출산을 하지 않게 되고, 국가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살인 출산'이라는 재미있는 제도를 만든다.

 

이름에서부터 불온한 느낌이 팍팍 풍기는 이 제도는 간단하게 말해 '10명의 아이를 낳으면 자기가 죽이고 싶은 사람 한 명을 지명해 죽일 수 있는' 특권을 내려주는 제도이다. 이렇게 선택된 타깃은 아이가 10명 태어나면 출산자 앞으로 친절하게 마취 되어 보내지고 그 뒤로는 '출산자'의 취향껏 죽임을 당하게 된다.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하다. 

 

기묘하다.

새로운 10명이 태어나고, 낡은 한 명이 죽는다.

이 훌륭한 계산식으로 이루어진 이 단순한 세계는 일단 범지구적으로는 해악이겠지만, 국가가 국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이며 남자마저도 임신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특혜로 죽이고 싶었던 사람 하나를 죽일 수도 있다.

아이를 낳는데 10개월, 회복기간까지 합하면 적어도 십 수년은 걸리는 이 제도를 이용해 누군가를 '합법적'으로 죽여버리고 싶어 하는 그 집념을 생각하면 오히려 죽임을 당하는 쪽에 큰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살인의 이유 같은 건 원한이어도 좋고 쾌락이어도 좋다.

십 수년 출산을 이어가게 하는 원한과 살인하는 쾌락만을 위해 십 수년 출산을 반복하는 출산자. 이 정도면 아싸리 그냥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이고 남은 삶을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출산하는 도중 본문에도 나온 유산의 가능성과, 죽이고 싶은 타깃이 사고로, 천명으로 죽어버릴 가능성이 있으니 나라면, 이 정도의 집념을 가진 나라면, 후자가 더 편할 것 같다.

 

생명을 낳는 행위로, 동시에 생명 하나를 죽인다. 재미있지 않은가.

생명 10에 죽음 1. 이 균형이야 말로 작가가 생각하는 생사의 무게가 아닐까 싶다.(뭐 국가적으로 +-0인 제도를 만들 리도 없고, 살인의 권리를 받는데 너무 쉬운 관문이기도 하지만.)

 

10명 낳는 고생 끝에 한 명 죽이는 것이니 납득할 만하다고 공감도 얻을 수 있겠다.

거기다 출산자의 목숨도 거는 행위일 테니. 아 이렇게 말하면 또 가해자를 감싸는 것 같지만 그건 지금의 관념이다. 미래의 출산자는 칭송받는다. 

이렇게 얘기를 하다 보면 꿈보다 해몽이라고, 작가는 그저 알맞다고 생각한 비율로 10명을 설정한 것일지도 모른다.

 

끝으로.

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책은 '편의점 인간'을 시작으로 이번 리뷰인 '살인 출산', 그리고 '멀리 갈 수 있는 배' '소멸 세계' 총 4권을 읽어 보았다.

각자의 재미있음은 달랐지만 처음의 자극적인 소재나 내용으로 즐겁게 보았던 내용들도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보다 보면 그 재미도 떨어진다.

소재의 힘이 무뎌진다.

 

작가는 지금 '크레이지 사야카'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거 같은데, 원초적인 소재들로 충격을 주는 것도 한계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4권을 읽어본 지금. 계속해서 소재들이 겹치고 내용마저도 분위기가 일률적이다고 느껴져 더 이상 이 작가의 책은 찾아보지 않게 됐는데, 이대로 가면 '크레이지 사야카'라는 이명은 족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컨셉에 잡아먹힌다.)

 

하루가 다르게 천변만화하는 요즘 세상에서, 어제의 상식이 오늘의 상식이 아닌 듯, 오늘의 윤리관이 먼 미래까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뀌고 변화한다.

 

인권도 인간성도 윤리도 선도 악도 남자도 여자도 애매모호해져 간다.

하여튼 나 같은 굼뜬 사람은 살기 힘든 빠른 세상이다.

 

피곤한 요지경이다.

★★★★★★☆☆☆☆

살인출산
국내도서
저자 : 무라타 사야카(村田沙耶香) / 이영미역
출판 : 현대문학 20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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