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교전/기시 유스케/느낌이 있는 책/한성례

 기시 유스케.

작가 기시 유스케.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사인회도 강연도 했던 일본의 인기 작가다.

그의 인기는 작품의 미디어 믹스에서도 볼 수 있는데, 많은 소설들이 영화, 드라마, 만화, 거기다 애니메이션 등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염을 토해 냈다.

 

이 작가의 작품은 국내에 모두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읽은 것은 그중에서 6권 정도 된다.

같은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면 항상 그렇지만 모든 소설이 재미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적은 독자의 취향이 사방으로 뻗어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내가 읽기에도 역시나 각 권마다 재미와 몰입감에서 차이가 심하게 느껴졌다.

 

'말벌'은 집중도 안되고 재미까지 없었다. '13번째 인격'은 어쩐지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는 그저 그런 느낌이었고,

'크림슨의 미궁'은 어딘가 봤던 듯한 내용의 남는 거 없는 작품이었다.

반대로 재미있었던 작품은, 몰입도와 흡입력이 굉장했던 '푸른 불꽃'과 사이코패스를 알리고 작가 자신의 몸값을 높이 올려준, 국내에서도 영화화된 누구나가 인정하는 명작 '검은 집',

마지막으로 이번 리뷰인 '악의 교전'.

 

재미있는 책 3권 별로인 책 3권.

타율 50퍼센트.

책을 사서 읽으며 드는 비용과 노력에 비하면 어쩐지 믿음이 안 가는 숫자처럼 느껴지지만, 취향이 맞는 독자라면 명성이 명성인 만큼 믿고 보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번뜩 정신이 든다.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악의 교전.

교사 '하스미 세이지'는 고등학교 영어교사다.

하버드대를 나온 그는 유능한 실력과, 빼어난 외모, 살가운 태도와 친절함 등으로 학생들에게 인기와 학교 측의 믿음을 받고 있다.

그런 하스미에게는 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본성을 숨기고 있는데, 선천적으로 타인과의 공감을 하지 못하는 이른바 사이코패스였던 것이다. 학생을 성추행하는 교사, 교사와 학생 간의 트러블, 교실에서의 왕따 문제, 학부모의 문제, 학생의 도둑질, 단체 커닝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유능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겉모습의 가면일 뿐 실상 문제 해결 방법은 잔혹하기 짝이 없는데, 학교에서 도청을 하고 문제를 키우는 학부모의 집에 불을 지르고 교사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고 최단거리의 문제 해결인 살인까지 거침없이 저지른다. 

 

만화 악의 교전.

그런 하스미의 모습을 보며 이질감을 느끼는 인물들이 하나씩 등장하고 점차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사건들이 터지게 되며 하스미는 결국 최악의 계획을 실행한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시체를 숨기려면 시체의 산을 만들면 된다.

사이코패스

작가라는 인종이라 그런지 사이코패스라는 이질적인 존재에 매력을 느끼고 많은  탐구를 했던 것 같다.

앞서 썼던 '검은 집'에서도 이번 '악의 교전'에서도,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데, 검은 집은 사이코패스에게 당하는 피해자로, 악의 교전에서는 싸이코패스 그 자체로서 그들만의 뇌 속 논리와 행동방식, 문제 처리 등.

신 인류 같은―돌연변이 같은 ―존재의 심리묘사와 풀이가 너무나도 잘 나타나 있다.

오히려 합리적인 생각에 납득이 가게 될 정도로 빠져들어서, 문제가 발생하면 주인공 하스미가 어떤 해결 방침을 생각해 낼까 궁금하기까지 했다.

 

집중력 떨어지는 나 같은 경우 두꺼운 책은 피하는 편인데, 악의 교전은 상, 하권으로 나누어져 있어 제법 두꺼운 크기를 자랑한다.

1권의 하스미의 범죄행각을 제외한 부분들도 물론 2권의 참사의 전조로서, 납득시키기 위한 단계겠지만 퍽퍽한 스토리 진행에 지루해서 힘든 부분이 없다고 하기 힘들다.

영화 악의 교전.

 

그런 부분 덕분에 하스미의 게임 감각 같은 살해 행각이 돋보이지만.

학생들도 교사들도 악의 최전선의 하스미도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딱히 선이라고 생각하기 힘들게 만들어놨는데, 어떤 의도인지는 불분명하다. 

위악적인 학생들의 태도들이나, 대체로 썩은 귤 같은 선생들까지.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범죄자에게는 이유가 있고 사회적인 문제, 유년기 시절의 불우한 환경 등, 사람 자체보다 주위 배경에서 이유를 찾을 때가 왕왕 있었는데, (뭐가 옳은지는 모른다.) 이 선천적인 괴물들이 만들어낸 문제들은 사회적인 문제나 유년기의 트라우마 같은 미지근한 이유 따위는 없다.

그렇게 태어났고, 그게 본모습이다.

 

"난 유미에게 평범한 사람의 감정을 배우고 있었어.
나는 아무래도 감정이 없나 보더라고."

 

오히려 이 인종들은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누구나가 본성은 숨기고 살아가지만 그저 다르게 태어나서, 평생을 남들보다 많은 것을 숨기고 그 선천적인 업을 등에 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니.

사회의 주류가 평범한 사람들이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에게는 원치 않는 법률들로 손발을 묶어놨으니 차라리 짐승으로 태어난 게 더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사이코패스가 아닌데도 그에 상응하는 범죄들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그걸 생각하면 뭐가 뭔지 더더욱 모르겠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

 

 

www.youtube.com/watch?v=DS2QO0N5gik

책속 하스미가 콧노래 흥얼거리는 곡

 

 

 

서로 편하게 다음 생에는 짐승으로 태어나라.

★★★★★★★☆☆☆

악의 교전 1
국내도서
저자 : 기시 유스케(Yusuke Kishi) / 한성례역
출판 : 느낌이있는책 201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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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2
국내도서
저자 : 기시 유스케(Yusuke Kishi) / 한성례역
출판 : 느낌이있는책 201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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