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바야시 신
이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작가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스토리 작가 '기바야시 신'.
이 책을 구매할 때 까지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잘 알고 있는 작가였다. 아마 이 사람의 손을 거쳐간 작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확신을 할 정도로 많은 작품들의 스토리를 썼고, 또 엄청난 인기를 끌게 만들었다.
우선 눈치채지 못한 이유를 해명해 보자면, 이 작가는 스스로 이름값으로 인해 작품의 평가에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아 많은 필명들을 사용한다. 그중의 내 안에서 가장 유명한 필명이 '아기 타다시'.
그 아기 타다시다.
한 때 국내에서 와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신의 물방울'이라는―아주 좋아한다―작품의 작가이다. 그리고 명탐정 코난과 함께 탐정 만화중 가장 유명한 '소년탐정 김전일'과 '학원 탐정 Q', 해킹이란 소재로 첩보 테러물을 쓴 '블러디 먼데이' 등등 온갖 장르를 넘나들며 만화 드라마 소설 영화까지 미디어계 전반에 다대한 영향을 끼친 그 작가이다.
닥터 화이트
신문사 출판부의 편집자인 마사키가 공원에서 조깅을 하다가 알몸에 백의만 걸친 여자를 발견한다. 고민 끝에 친구가 운영하는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는데, 깨어난 여자는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기본적인 상식도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텅 빈 여자─뱌쿠야에게는 터무니없는 능력이 발견됐는데, 젊은 외견으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의학적 지식과 환자의 상태를 살핀 뒤 빠르고 정확한 진단 능력이 그것이다. 뱌쿠야의 재능을 알아본 병원 친구의 아버지이자 원장은 더 많은 환자를 구하기 위해서 뱌쿠야를 포함하여 '진단 협의팀'을 결성하기로 결심한다.
완독 후 떠오른 가장 첫 번째 감상은 읽기 편했다~였다. 분량은 400페이지 정도로 내가 선호하는 분량보다 조금 많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로 전에 1500페이지가량의 철서의 우리를 읽은 탓일까. 그리고 철서의 우리의 좁쌀만 한 글자 크기에 비하면 닥터 화이트는 글자도 크고 공백도 넓어서 전혀 400페이지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철서의 우리가 뇌에 입힌 피해가 생각보다 컸던 것 같다.
의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해도 '철서의 우리' 마냥 깊게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흐름만 알면 상관이 없었고, 라이트 문예의 그 느낌이라 빠르고 가볍게 술술 읽혀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4장으로 나눠진 연작 단편이라 환자 발생─환자의 병명을 알 수 없음─의사들 간의 의견과 알력 다툼─뱌쿠야의 진단 추리─적절한 치료─그리고 뱌쿠야의 신상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이 조금씩 뿌려져 있다.
처음엔 뱌쿠야가 서번트 증후군과 같이 벡터가 한쪽으로 치우친 그런 부류의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저 하얀 방에 갇혀서 의학 지식만 주입당한 사회성 떨어지는 여자였을 뿐이었다.
환자와 동료 의사들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점점 사회성을 찾아가는 모습도 작품의 포인트였다.
뱌쿠야의 신상에 대해 녀석들이니 흑막이니 살해당한다니 알면 위험해진다니 호들갑을―작중에선 당연히 심각한 얘기지만―떨 때마다 헛웃음이 나왔는데, 이거 단 권인데 이렇게 스케일을 키워도 괜찮은 건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떡밥들의 회수는 시작도 하지 않고, 이야기가 끝나버렸다.
단 권이 아니라 시리즈의 1권이었던 걸까. 출판된 지 4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는 후속권이 나온 거 같지만 국내에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후속권이 있다면 기꺼이 구매할 의향이 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무엇보다 22년도에 일본에서 드라마화가 됐던데 후속작 수입의 가능성은 생각보다 넓게 열려있는 것 같다.
★★★★★★☆☆☆☆